실사판으로 돌아온 ’미녀와 야수’는 역시 어린 시절 그 감성을 불러오는 부분이 꽤 있다. 저주에 걸린 이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 키스를 하면 다시 본래의 멋진 남자로 돌아온다는, 일종의 판타지 그것 말이다. 넓은 홀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야수가 춤추며 서로 호감을 느끼는 그 장면도 어린 감성을 울렸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환상을 품은 동화는 특히 소녀들에게 호감을 샀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웠다. 그 동화 속 판타지가 고스란히 실사판으로 옮겨졌다. 너무도 많이 변화된 이 시대에 어린 관객들의 마음을 혹하게 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린 시절 향수에 젖고 싶은 이들은 관심을 둘 만하다.
운명적인 사랑과 모험을 꿈꾸는 시골 작은 마을의 벨(엠마 왓슨). 마을에서 잘 생기고 용맹스러운 개스톤(루크 에반스)이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만 벨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그리 똑똑하지 않은 그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벨은 도둑으로 몰린 아버지를 대신해 야수(댄 스티븐스)의 성에 갇히게 된다.
포악해 보이는 야수에게는 비밀이 있다. 장미꽃의 꽃잎이 떨어지기 전 진정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평생을 야수로 살아야 한다는 마법에 걸린 것. 첫 만남은 달갑지 않았으나 미녀와 야수는 관계를 쌓아간다. 와중에 개스톤은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이 야수를 죽이러 숲속의 성으로 향한다.
많은 이가 알고 있는 줄거리 그대로다. 이미 알고 있는 걸 왜 봐야 하느냐 묻는다면 추억의 감정 외에도 삽입된 노래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야 할 것 같다. 뮤지컬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이 부르는 노래들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몇몇 노래는 억지로 상황에 맞춰 부르는 것 같기에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녀와 야수’를 충분히 새롭게 보게 하는 지점이다.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곡 ’Belle’, 벨과 야수의 듀엣 ’Something There’ 유쾌한 ’Be Our Guest’ 등등 전설의 명곡들과 더불어 야수가 떠난 벨을 생각하며 부르는 ’Evermore’, 가재도구로 변한 성 안 사람들이 부르는 ’Days in the Sun’, 벨의 아버지가 부르는 발라드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 등 3곡이 새롭게 등장한다. 셀린 디온이 26년 만에 다시 엔딩크레딧 송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로 참여했고, 아리아나 그란데와 존 레전드가 주제곡 ’Beauty and the Beast’를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엠마 왓슨이 미녀로 나오지만 ’헤르미온느’의 귀여움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맑고 고운 목소리의 노래가 듣기 좋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 야수도 귀엽게 느껴진다.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을 차용하면서도 영화의 배경인 18세 프랑스에 적합한 유럽적인 느낌을 추구한 점도 인상 깊다. 초대형 세트와 의상, 컴퓨터 그래픽 등등도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상상의 나래를 더 펴게 한다.
개스톤이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는 지점은 한국 관객들을 몰입하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동화와 판타지를 엮은 중간 어디쯤이라고 해야 할까. 특별할 것 없이 애매하다는 다른 말이다. 다만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점은 강조되어야 할 것 같다. 123분. 전체 관람가. 16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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