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피해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작은 바스락거림들. 배우 이하나(35)는 OCN드라마 '보이스'에서 절대 청감 능력을 가진 112신고센터장 강권주를 연기했다.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인 '골든타임' 속에서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처음 도전한 장르물을 끝낸 그의 얼굴에는 강권주가 남아있었다.
"전혀 하지 않았던 장르였어요. 0의 상태에서 작업해 재밌고 새로웠죠. 고민했던 시간과 그 작업을 생각하면 '인생 캐릭터'가 맞는 듯해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집이 하나 남아있는 느낌이죠. '보이스'는 제게 세련된 별장이 된 것 같습니다."
이하나는 '보이스'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따라 구조 작업을 도왔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는 잔혹한 장면으로 19세 이상 시청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센터에서 팀원을 이끌면서 범인의 흔적을 더듬어갔다. 상대역 없이 통화하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초반에는 통화하는 대사를 통으로 외웠는데 '이대로는 사고 나겠다' 싶었죠. 동선과 대사들이 예상보다 많더라고요.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상대 역으로 지문을 읽어준 뒤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틀리는 횟수에 따라 바를 정(正)자로 표시를 하면서 흐름을 끊지 않고 한 번에 통화 장면을 촬영하려고 했어요."
이하나는 '보이스'를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 빗대며 "피해자에게 희망을 주면서도 그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생사를 오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긴박한 상황을 앵글에 담아내야 했다. 전작과는 다른 몰입이 필요했다.
"걱정하고 싸우는 신들이 많다 보니 스태프들이 저를 안쓰럽게 봤죠. 그분들이 저를 많이 웃게 해줬어요. 카메라 감독님이 인사할 때마다 손을 높이 뻗어 '안녕'이라고 해주셨죠. 마지막 촬영 때는 인사를 받고 뭉클했어요. 위안을 받아 큰 힘이 됐고,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멜로드라마에서 연기했던 이하나에게 '보이스'는 도전이었다. "매순간이 도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완성도를 위해 불편도 감수했다. 남성이 이끌어가는 장르물에서 이하나는 굳건히 제 몫을 다했다. 살인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순간에도 극의 중심을 잡았다.
"강권주는 전무후무한 남성 캐릭터 사이에서 우뚝 서 있는 캐릭터였죠. 처음에는 제게 강권주와 비슷한 데이터가 없었어요. 감독님이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을 것 같았다'고 하셨죠. 신고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거나 아이를 달래주는 것도 좋았어요. 무진혁(장혁 분)이 불이라면, 강권주는 물 같은 조화였죠."
언제나 침착한 강권주는 이하나와 다른 점도 많았다. 이하나는 "연기할 때 3초 적막도 못 견디는데, 강권주 덕분에 묵직함이나 침착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타고난 결과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배우만이 가진 장점이었다.
"세트 앞쪽에 나와 통화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제가 아닌 모습이 나올 때가 있죠. 과감한 편이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연기를 하고 봤더니 촬영이 끝나는 순간도 있어요. 스태프들의 뜨거운 노력 안에서 그런 모습이 덩달아 생긴 것 같습니다."
배우가 열연을 펼쳐도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해 빛을 발할 기회가 없을 때도 있지만, 이하나는 '보이스'와 좋은 인연이 닿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배우로 연기 경력도 쌓인 그는 작품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거듭 드러냈다.
"연기가 항상 어려웠고, 안정감을 찾아본 적이 없었죠. 배우로서 행복을 온전히 찾아본 게 '보이스'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를 꿈꾸는 분이 계신다면 한 번 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봐요. 충분히 보람되고, 의미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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