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이 나라는 정작 필요할 때 생선을 맡길 데가 없어. 죄다 고양이야 죄다 고양이."
22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 '김과장'에서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은 분식회계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TQ그룹이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부조리한 일을 저질러도 권력자들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한국의 최근 세태를 비튼 한 마디 말이었다.
'김과장'은 군산 조직폭력배들 밑에서 회계를 조작해 뒷돈을 챙겨 덴마크로 이민하려던 김성룡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성룡은 큰 몫을 챙기려 TQ그룹에 들어왔으나 검사 출신 서율(준호) 재무이사가 자신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을 뒤늦게 알았다.
김성룡은 우연히 의인이 됐고, 자신을 의심하던 경리부 직원들과 갖은 일을 겪으면서 돈독한 믿음이 생겼다. 비리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 실망해 '노나 먹기(나눠 먹기)'로 목소리를 높였던 그는 선한 마음을 깨닫고 TQ그룹의 비리를 파헤쳤다.
김성룡과 항상 부딪쳤던 서율은 박현도(박영규) TQ그룹 회장의 모략에 넘어가 위기에 처했다. 박현도 회장을 도와 TQ그룹의 부실을 숨겼으나 분식회계가 공개적으로 밝혀지면서 '희생양'이 된 것이다. 위기에서 서로를 구해준 김성룡 서율은 '애증의 관계'로 손을 잡을 듯하다.
작품의 두 기둥인 김성룡 서율은 닮은 점이 많다. 김성룡은 부패한 한국 사회를 떠나 가장 청렴한 나라인 덴마크로 이민을 떠나기 위해 장부에 손을 댔고, 서율은 정의보단 상명하복이 중요한 검사 조직의 한계를 느껴 대기업 이사로 이직했다. 두 사람의 삶을 움직인 건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염원에 미치지 못하는 회의감이었다.
'김과장'은 사연을 품은 두 인물을 심각하게 그리지 않았다. 남궁민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버무러지면서 매회 속 시원한 전개를 선보였다. 악연이지만 초코바를 들고 사는 준호는 먹는 장면으로 갈망을 해소하는 듯 보였다.
제작진은 세상을 등진 두 사람의 감정을 돋보기로 들여다보지 않고, 되도록 유쾌하게 표현했다. 지난해부터 어수선했던 시국과 현재 한국 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담으면서도 시청자의 속을 뚫어줘 흥행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공감의 힘이 더 보는 이들을 끌어당겼다.
김성룡 서율이 치고받는 공간이 회사인 것도 의미가 있다. 직원들을 해고하기 위한 회사의 불합리한 행정이나 무력과 돈으로 파업을 제지하려고 했던 내용도 '김과장'에는 들어있었다. 김성룡이 해결하는 사회 문제들은 밝은 톤을 유지한 채 비판적인
진부할 법한 '고양이와 생선' 이야기가 강렬했던 건 '김과장'이 그동안 비판했던 문제들의 핵심이어서다. "숫자는 장난을 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김성룡의 대사는 결국 그릇된 사고를 하는 사람과 조직이 고양이가 되고, 그들이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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