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소극장 뮤지컬 가운데 가장 탄탄한 작품성으로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오른 풍자 뮤지컬 ‘판’이 베일을 벗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CJ아지트에서 ‘판’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의 첫 제작지원작이기도 한 이 공연은 이날 무대를 시작으로 오는 4월 15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신예인 정은영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가 참여한 ‘판’은 지난 2015년 11월 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선정된 후 전문가 멘토링 등 작품개발 과정을 거쳐 작년 6월 리딩 공연으로 발표됐다. 약 16개월 동안 작품을 보완해 관객들을 만나게 된 만큼 업계의 기대가 쏠리고 있는 상황.
정은영 작가는 “평소 소설을 즐겨 읽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찾아보던 중 '전기수'에 대해 알게 됐고 조선 시대에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설을 읽어주고, 세상 이야기를 전달해주었던 직업적 특성에 매료돼 이들의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다.
밀도 높은 탄탄한 스토리에 풍자·해학이 주는 웃음이 매력적인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말 조선시대,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염정소설과 정치풍자에도 능한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달수가 인간미에 입담을 겸비한 '호태'를 통해 이야기꾼의 매력에 빠지고 '낭독의 기술'을 전수받는 과정, 밤에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꾼으로 변신하는 이중생활 등 전개가 흥미롭다. 여기에 호태와 달수, 두 캐릭터의 콤비플레이가 유쾌함을 더하면서도 매 장면의 넘버는 고전미가 넘친다.
정 작가는 “무엇보다 불가능한 사랑, 신분차이, 불합리한 제도와 편견까지 전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현실을 버티고 살아가게 만드는 이야기의 좋은 면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번 넘버인 '이야기꾼'은 작품 전체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규방이라는 공간을 잘 형상화한 곡이라 애착이 크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장르가 코미디인 만큼 관객들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판'에서 만큼은 마음껏 웃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허황된 꿈 같은 이야기라도, 보는 시간만큼은 유쾌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리딩공연 당시 90분 분량이었던 작품은 이번에는 약 10개월간 추가 개발해 110분짜리 정식 뮤지컬로 재탄생 됐다.
뮤지컬 '아랑가'로 제5회 예그린어워드 연출상을 수상한 변정주 연출과 뮤지컬 '뿌리 깊은 나무', '명성황후' 등으로 잘 알려진 김
한편 CJ문화재단은 2010년부터 신인 공연 창작자를 발굴·육성하고 이들의 작품을 리딩공연 형태로 선보여 왔다. 리딩 공연 외에도 연간 1편 이상의 뮤지컬 본 공연을 제작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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