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을 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행운이다. 이름을 알리고 부까지 쌓게 된다.
다독여주면 더 나은 성과를 올리는 건 비단 천재만이 아니다. 어느 자리, 위치에서도 그 공식은 대부분 통한다. 천재성을 발굴해줄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다.
영화 '지니어스'는 무명작가의 천재성을 알아본 뉴욕 최고의 편집자 맥스 퍼킨스(콜린 퍼스)와 그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 토마스 울프(주드 로)의 이야기다. A. 스콧 버그의 소설 '맥스 퍼킨스: 천재의 편집자'를 원안으로 실존했던 퍼킨스와 울프 두 천재의 재능을 파고든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야수 같은 작가와 극도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편집자. 천재들은 역시 서로를 알아보는 걸까.
아무도 울프의 재능을 몰랐으나 수천 쪽에 달하는 글 속에 숨겨진 고통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편집자는 그에게 책을 내자고 제안한다. 방대한 분량을 사정없이 칼질하며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두 사람은 결국 첫 번째 소설 '천사여, 고향을 보라'를 히트시킨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극과 극 성격의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필요로 한다. 두 번째 작업도 함께하며 우정을 키우지만 서로의 배우자 혹은 연인과의 사랑은 멀어진다. 성공의 열매를 따 먹었으니 계속 달콤한 맛을 느끼려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소설도 성공시키기 위해 두 사람은 일에 파묻힌다. 가족과 연인은 두 번째다. 두 남자는 우정을 키우지만 상대 여성과 가족들은 애증이 커간다. 폭발 직전까지 몰아치는 상황은 이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지점을 선사한다.
특히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울프의 연인 엘린과 로라 리니가 연기한 퍼킨스의 부인 루이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천재 작가의 뮤즈였던 엘린은 울프가 퍼킨스에게 애정을 느끼자 극도로 분노하고 질투한다. 자신을 등한시한 울프에게 뺨을 쳐 올리고, 더한 상황까지 나아간다. 일에 매달리느라 1년에 한 번뿐인 가족 여행을 가지 않은 남편에게 실망한 리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마음이다.
같은 성공을 원하는 듯했지만 방향성은 약간 다른 두 남자. 엄청난 창작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자유분방한 예술가는 점점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한다. 안하무인으로 변하는 친구의 모습이 퍼킨스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늘 작가의 작품 뒤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던 퍼킨스는 깊이 고뇌한다. 두 사람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
'무기여 잘있거라'의 어니스트 헤밍웨이(도미닉 웨스트)와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가이
192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탓 올드한 감성이 전해지는 건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문학적인 감성의 대사와 글귀 역시 마찬가지다.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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