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MBC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의 순위제가 부활한다. 경쟁보다는 폭넓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취지가 사라지자 다시 순위제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쇼! 음악중심' 측은 5일 "기존 HOT3가 폐지되고 순위제를 오는 22일부터 도입한다"며 "순위제는 경쟁을 활성화 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프로그램을 재편하는 데 집계방식 등 투명성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이 남은 만큼 충분히 논의를 거칠 것이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21일부터 '쇼! 음악중심'은 국내 음악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순위제를 없앴다. 대신 'HOT3'를 선정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세 가수(팀)들을 소개했지만, 폐지 1년 5개월 만에 다시 순위제를 시행하게 됐다. '쇼! 음악중심'은 순위제를 폐지할 당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바향으로 개편해 음악프로그램으로써의 위상과 가치를 강화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쇼! 음악중심' 순위제 부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작진은 앞서 2006년 1월에도 순위제를 폐지했다가 2013년 4월 다시 도입했다. 이보다 더 짧은 기간 만에 순위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쇼! 음악중심' TOP3는 기존 순위제와 큰 차별점은 없었다.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는 아이돌 가수나 그룹은 복귀하자마자 TOP3에 선정됐다. TV에서 볼 수 없었던 가수들의 무대가 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음악프로그램 1위나 컴백 무대와 비슷한 형태가 됐다. 폭넓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취지는 무색했다.
최근 '쇼! 음악중심'은 다른 방송사의 음악프로그램과 같이 1~2% 시청률에 묶여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가수와 만날 수 있는 팬들이 굳이 제시간에 TV 앞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획사들도 자체 제작으로 가수들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음악프로그램 영향력이 과거보다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쇼! 음악중심'이 방향성을 확실히 수정한 것도 아니었다. 순위제 폐지 이전처럼 아이돌 가수가 중심이 된 무대였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앞날을 걸고 순위제를 폐지했으나 아이돌 가수 중심의 음악프로그램 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위'라는 표현만 사라졌을 뿐 특정 가수들이 중심이 된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방송사들이 낮은 시청률에도 음악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는 건 가수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섭외되기 위해 음악프로그램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아이돌 등의 가수 소속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음악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싶으나 팬들의 시청 요인이 떨어지고 차별성도 놓치자, '쇼! 음악중심' 제작진이 선택한 카드는 '순위제 부활'이다. 순위에 대한 공정성은 뒤로 미루더라도
다시 순위제로 돌아오는 '쇼! 음악중심'은 현재의 한국 음악시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음악프로그램이 젊은 시청자와 일부 팬들 만이 열광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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