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베일이 벗겨지기 전까지만 해도 택연은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과 비견되며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큰 기대는 오히려 독이 됐다. 그의 연기력과 캐릭터와의 싱크로율과는 별개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연출로 인해 가장 부실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완성됐다. 안타깝게도 히든카드가 아닌 최대 피해자가 되버린 셈이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시간위의 집’은 이름만으로도 낯선,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영화 속 주요 무대가 되는 ‘집’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뒤섞이는 시간이 존재하는 판타지의 공간. 김윤진은 이 안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진한 모성애를, 택연은 그녀의 충격적인 진실을 함께 풀어가는 동반자이자 조력자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살해된 남편과 실종된 아이. 용의자로 지목된 평범한 가정주부 미희는 이 집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을 증명할 수 없어 결국 사건의 범인으로 감옥에 수감된다. 미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짜 범인은 자신이 아닌 ‘그들’이라고 말하지만 믿어주는 이는 없었다. 결국 미희는 백발의 노인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고, 본격적인 진실은 그 때부터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판타지가 가미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사건. 설정은 분명 신선했으나 감독의 과한 욕심이 독이 됐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건 택연이다. 원톱 주연인 김윤진은 모성애를 강조한 드라마적 요소 덕분에 작품성과는 별개로 열정적으로 호연을 펼치지만 그나마 분량마저 적은 택연은 어떤 뜻도 이루지 못했다.
신부라는 설정은 범죄자인 그녀에게 선입견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신분이라는 것 이 외에 어떤 특수성도 발휘하지 못한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긴 하지만 사건 자료나 기사 스크립트를 훑어보는 등 지극히 1차원 적이고 단조롭다. 탐정으로서의 역할도, 신부로서, 그리고 주인공과 숨겨진 인연도 어느 것 하나 가슴에 와 닿는 지점은 없다.
결국 히든카드로서의 강렬한 인상보다는 부실한 캐릭터의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다. 부자연스러운 표정, 평면적 감정 연기도 다소 아쉽긴 하지만 이는 배우의 연기력보단 부족한 개연성의 한계로 느껴진다.
각종 인터뷰와 공식석상에서 ‘결혼 전야’ 이후 두번째 스크린 도전작이라는 점에서 충만한 의욕과 애정을 드러낸 그이지만 스크린 속 그의 모습에는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다. 대부분의 등장 장면에서 어색하거나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가 돼버렸다.
잔가지가 썩으면 잘라내면 되지만, 뿌리가 죽으면 살릴 길이 없다. 수많은 단점들 가운데서도 결정적 매력이 있다면 호불호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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