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빛이 당신을 집으로 안내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몸을 따뜻하게 할 거죠. 나는 당신을 고쳐줄 거예요."
영국의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첫 내한 콘서트를 열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날 영국에서 날아온 밴드는 '픽스 유'를 불러 공연장에 모인 5만여 관객을 위로했다.
크리스 마틴(보컬·피아노) 조니 버클랜드(기타) 가이 베리먼(베이스) 윌 챔피언(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록 밴드 콜드플레이는 1998년 결성한 후 7장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섬세한 감성과 수려한 멜로디로 '옐로우' '인 마이 플레이스' '클락스' '파라다이스' 등의 히트곡을 써냈다.
호주 출신 제스 켄트가 사전 공연을 끝낸 후 오후 8시께 대형 스크린에는 월드 투어에 나섰던 콜드플레이를 소개하는 현지 팬들의 영상이 전해졌다. 30초 카운트다운이 끝날 때쯤 한국 여성 팬들이 "우주 최고의 밴드"라며 콜드플레이의 등장을 알렸다.
콜드플레이는 저녁 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폭죽과 종이 꽃가루가 흩날리는 사이에서 '어 해드 풀 오브 드림스'를 첫 곡으로 불렀다. 데뷔 19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은 이들은 자축하듯 무대 뒤에서 폭죽을 연달아 터뜨렸다.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옐로우' 무대에서는 시선을 압도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나눠준 팔찌가 곡의 제목처럼 노란빛을 발산했다. 곡 구성에 따라 밝아졌다가 색을 변하는 팔찌는 공연장을 노란 물결로 뒤덮었다. 크리스 마틴은 노래 후반부에 "감사하다. 첫 내한 공연이다. 노래를 같이 부르기 위해 조명을 켜달라"고 말했다. 환해진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은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를 따라 합창했다.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 공연은 음악을 빛깔로 표현해낸 듯했다. '파라다이스' 무대에서는 형형색색 나비가 화면에 나왔고, 관객들의 팔찌도 자주색 다홍색 등 나비들의 색깔에 따라 변했다. '클락스' 등에서도 레이저가 멈출 줄 몰랐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잔잔한 편이지만, 무대 장치들은 대규모 공연을 걸맞게 보는 내내 시선을 빼앗았다.
콜드플레이는 세 곳의 스테이지에서 팬과 만났다. 중심이 된 A 스테이지 외에도 C, B 스테이지는 스탠딩 석 뒤쪽에 있었다. B 스테이지에 선 콜드플레이는 '올웨이즈 인 마이 해드'를 선보였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어쿠스틱 구성으로 노래했고, 밤바람을 탄 이들의 노래는 공연장 곳곳에 전달됐다. 크리스 마틴은 "무대 뒤에서 한국어 연습을 했는데, 잘 안되더라"면서도 스탠딩석을 비롯해 2, 3층에 일일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크리스 마틴이 전 아내였던 기네스 펠트로가 아버지가 돌아간 후 힘들어했던 그를 위해 만든 '픽스 유'는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의 정점이었다. 바닥에 누워 노래를 시작한 크리스 마틴은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C 스페이지로 자리를 옮긴 콜드플레이는 멤버들이 한 명씩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인 마이 플레이스' '돈 페닉' '갓 풋 어 스마일 업온 유어 페이스' 등 활동 초기 히트곡으로 호흡을 맞췄다. 윌 챔피언은 드럼을 치면서 '트러블'을 불렀고, 크리스 마틴은 기타 한 대로 연주하면서 '사우스 코리아 송'을 선물했다. 콜드플레이는 그동안 월드 투어를 하면서 그 나라에 대한 가사를 붙인 곡을 무대에 올려왔다.
공연 중반부터 태극기를 몸에 감고 있었던 크리스 마틴은 멤버들과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즈' '업앤업' 등으로 첫 내한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굿 바이, 굿 나잇"이라고 말한 뒤 태극기를 바닥에 펴놓고 멤버들과 어깨동무를 한 뒤 인사했다.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전에는 태극기에 키스해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콜드플레이는 15일 하루 공연을 하기로 했으나 2분 만에 티켓이 매진돼 16일 공연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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