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루니 마라의 강렬한 기억은 2012년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탓이다. 삭발을 포함한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눈코입을 뚫은 피어싱은 남성적인 매력을 강하게 어필해 선입견을 갖게 했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이 배우를 좋아한 이도 있었으나 싫어하는 이도 있었다. 후자에 속했기에 루니 마라는 개인적으로 시선 밖이었다. 다섯 살에 길을 잃고 호주로 입양된 사루(써니 파와르)가 구글어스로 25년 만에 집을 찾아가는 감동 실화를 영화화한 최근작 '라이언'에서의 쓰임도 주인공이 아닌 역할 탓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로즈'는 다르다. 루니 마라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온전히 알려준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는 비운의 여인 로즈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속 루니 마라는 또 다른 매력을 차고 넘치게 표현한다.
'로즈'의 화자는 5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나이든 로즈 역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지만, 젊은 로즈 역의 루니 마라가 많은 부분 로즈라는 매력적이면서 또 슬픔 가득한 인물을 표현해냈다.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죽였고 성욕 과잉이라는 진단 탓 정신병원에 갇힌 여자. "나는 내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해도 그의 말은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이 처절한 외침은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사랑에 모든 것을 헌신했던 과거의 로즈를 본다면 당연히 의심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자에게 진실은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고, 고통을 받는다.
마을의 뭇 남성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 로즈는 한 남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지켜내려 애쓴다.
로즈의 아름답고 수줍은 미소가 드러나는 장면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난 줄 알았던 정인이 지붕을 고치고 있는 걸 보고 안도하며 살짝 미소짓는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시가로 만든 반지로 청혼을 받은 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여인, 오토바이를 타고 바닷가를 자유롭게 달리는 연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성욕 과잉이라는 말도 안 되는 불명예를 얻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그 사랑 자체도 부러울 따름이다.
'로즈'는 성긴 부분도 있다. 특히 곤트 신부(테오 제임스)의 행동을 이해 못 했을 때 그렇다. 하지만 신부의 행동은 분명 틀림없는 사랑일 것 같다. 루니 마라가 연기한 로즈는 곤트 신부의 마음을 흔들 만큼 사랑스럽다.
'로즈' 말고도 루니 마라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또 있다. 특히 인생에 단 한 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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