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관객들에게 무대에서 듣고 싶은 노래를 물으면 요즘에는 모두 '맞지?'라고 한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보냐고 물으면 모두 '네'라고 대답하더라. 이렇게 다 보시는데 시청률은 왜 안 나오는 것이냐."
지난 5일 방송된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서는 출연자들이 음원 공개와 뮤직비디오 촬영에 앞서 부산 여행을 떠났다. 가수 홍진영은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 안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가 됐던 '맞지?' 솔로 무대와 팬들의 반응을 귀띔했다.
배우 한채영은 홍진영이 부른 '맞지?'가 트로트 느낌이 난다는 것을 지적했으나 홍진영의 말에는 화제성에도 제자리걸음 시청률인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섞여 있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첫 시즌에서 성공했던 '걸그룹이 되는 꿈'을 다루고 있다. 이번 시즌은 평균 연령 34세인 출연자들이 실제 합숙하고 팀을 이루면서 월말 평가를 받는 16부작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첫 시즌의 성공을 발판으로 자신감을 얻은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멤버들의 꿈을 이루는 형식에서 벗어나 '걸그룹 프로젝트'로 주제를 좁혔다. 김형석 프로듀서 외에도 보컬 안무 전문가가 참여했고,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연예인이 마이크를 잡거나 가수 활동을 하던 출연자들이 서로를 도왔다.
기획대로 두 번째 시즌에서는 회차마다 레슨 외에도 멤버들이 숙소에 입성하고, 직접 작사하거나 의상을 디자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홍진경 한채영 강예원 등은 첫 회보다 능숙한 실력을 뽐내면서 언니쓰 성장을 이끌었다.
언니쓰가 걸그룹으로 모양새가 갖춰지는 동안 시청률은 변동 없었다. 첫 회에서 5.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한 이후 5회에서 5.6%로 최고시청률을 달성한 이후 3~4%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프로그램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시청률에는 반영이 안 되는 것이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 시청자들은 걸그룹 프로젝트만을 다룬 것이 흥미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는다. 첫 시즌에서는 가수 연습생 출신인 배우 민효린이 걸그룹이 되는 꿈을 멤버들의 도움을 얻어 이룬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지만, 두 번째 시즌에서는 첫 시즌의 성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요일 오후 11시 시간대라는 편성의 어려움도 시청률 반등을 어렵게 하는 현실이다. 다른 시간대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과 더불어 경쟁작인 MBC '나 혼자 산다'는 200회를 넘길 정도로 장수프로그램이 됐고, SBS '백종원의 3대천왕'도 시간대를 옮긴 뒤에도 꾸준했다.
두 번째 시즌 종료를 앞둔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시청률이라는 성적만으로 평가하기는 아쉽다. 언니쓰 준비 과정은 앞선 시즌보다 확실히 세련됐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언니쓰를 준비하거나 가수 연습생 출신인 전소미와 2NE1에서 활동했던 공민지가 합류한 덕분에 걸그룹 제작기는 생생하게 전달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연출을 맡은 박인석 PD는 촬영이 끝난 후 방송 직전까지 쉴 틈 없이 편집을 손보고 있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편집까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김숙 홍진경은 이번 시즌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으로 출연자들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박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언니쓰를 다루면서 걸그룹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기도 했다. 걸그룹 프로젝트를 하면서 멤버들의 인생을 묻어날 것이다"며 "'여자 예능의 부활'을 목표로 했다. 걸그룹 프로젝트가 좋은 아이템인 듯했다. 프로그램이 잘돼서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즌제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 부산 여행에서 교복을 입은 멤버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언니쓰를 준비하면서 생긴 조화이자,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힘은 멤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이 차이가 나고,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언니쓰'로 한 데 묶인 이들의 호흡이 그대로 TV 속에 드러났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청률이지만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시즌3까지 이어져야 하는 이유였다. 성별 구분을 떠나 현재 출연자들의 우정은 '언니들의 슬램덩크' 다음 시즌 성공을 만들기에는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강예원은 이날 방송에서 "'언니쓰가 시즌10까지 갔으면 좋겠다' '모든 멤버가 좋다'는 반응이 가장 듣기 좋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싶다"고 했지만, 홍진경은 "우리끼리 얘기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고 조심스럽
부산 여행을 통해 전해진 '언니들의 슬램덩크' 멤버들의 바람은 헛된 게 아니었다. 두 시즌 동안 쌓인 제작진의 노하우에 '언니들의 슬램덩크' 멤버들의 우정 속에서 나오는 재미는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낮은 시청률에도 세 번째 시즌까지 기대하게 하는 시작점이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