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2002년에 대해 늘 엄청난 역사의 한 장면을 놓쳤다고 회상한다. 군 복무로 대통령 선거와 월드컵을 놓쳤기 때문이다. 월드컵이야 선임들이 좋아했기에 몇몇은 곁눈질로 보기도 했지만, 16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들은 몇몇 글로 접했거나 훗날 정치부에서 관계자들에게 들었을 뿐이다.
영화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는 개인적 과거를 생각하게 하면서, 동시에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던 일종의 ’전조’였음을 상기시킨다. 이제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사람을 생각하고 대하는 마음, 동서 통합 국가를 이루겠다는 바람 등등의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통합을 위해 힘을 실어달라"는 진솔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민주당 경선. 그 짜릿한 승리를 이끈 과정이 오롯이 담겼는데 많은 부분을 알고 있어도 흥미롭다. 특히 아무 조건 없이 노무현을 지지한 노사모의 열정을 또 확인할 수 있어 다시 한번 관객을 소름 돋게 한다.
상고 출신의 인권 변호사는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후보지를 바꿔 틀을 깨려고 했고, 그렇게 ’바보’ 노무현이 된 그의 육성과 에피소드는 노사모와 맞물려 관객을 울컥하게 한다. 색깔 프레임을 뒤집어씌워 공격하는 싸움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 특히 장인의 빨갱이 전력이 불거졌을 때 "아내를 버려야 대통령 자질이 있느냐?" 연설하는 장면 등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의 곁에서 함께했던 참모들이 노무현의 삶을 증언하고 지지하고 그리워하는 인터뷰도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눈길을 끈 건 과거 변호사 시절 노무현을 집중 감시해야 했던 중앙정보부 출신 이화춘씨의 인터뷰다. 친구이자 동료로 대했던 노 전 대통령 덕분에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됐다. ’바보 노무현’이 사람을, 아니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었는지 알게 한다.
유시민 작가의 언급처럼 노 전 대통령이 학력 콤플렉스에 동요됐던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 때문에라도 우리는 지금 달라지고 있는 게 아닐까. 노무현 덕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다시 뭉친 걸까. 이 시민들 덕에 노무현이라는 새로운 파도가 생겨, 여전히 낡아빠졌던 한국사회가 깨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겠다.
영화와 관련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광화문
개인적으로 과거 2002년 역사의 현장에 없던 게 아쉽긴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시민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자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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