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이전에는 본 적 없던 전혀 새로운 화두를 영화계에 던지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상영관 독점 논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극장과 온라인이라는 전통과 혁신의 신기술 플랫폼의 싸움이다.
현재까지는 전통적인 상영 매체인 극장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여전히 극장을 찾는 이들이 많지만 손 안의 스크린을 통해 영화까지 보는 이들이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늘었다. 트렌드의 변화다.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전통의 방법을 고수하는 이들은 새로운 기술이 마뜩잖다. 특히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주도권 싸움이 향후 수익과 매출에 타격을 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극장과 인터넷 동시 공개를 "영화산업 생태계 훼손과 교란"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옥자’의 개봉을 3주 앞둔 현재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GV는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상영 방침에 따른 불만 표출이다. 다른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현재 ’옥자’의 상영 여부를 협의 중이긴 하나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현재까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멀티플렉스 측은 앞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을 때마다 "관객의 반응을 고려한 배정"이라고 강조해왔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과거 아젠다"라며 케케묵은 논쟁이라고 치부했고, 한국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미래를 향해야 함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국영화의 발전은 모르겠으나 건전한 영화산업 추구는 진즉 물 건너갔다. ’영화 생태계’는 이미 훼손되고 있고 그 중심에 멀티플렉스가 있다는 건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와 한국 배급을 맡은 NEW는 오는 12일 대한극장에서 ’옥자’의 첫 시사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13~14일 틸다 스윈튼과 스티븐 연, 안서현, 변희봉 등이 참여하는 레드카펫과 기자회견 등의 일정도 이어진다.
양측의 힘겨루기는 개봉 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옥자’는 돼지와 하마, 코끼리가 혼합된 거대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이래저래 넷플릭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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