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하다. 어느 곳 하나 빈틈없이 꽉 찼다. 뚜껑을 열어보니 텅 빈, 겉만 번지르르한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른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세 남자의 빈틈없는 연기력, 가슴 깊은 곳까지 강력하게 스며드는 메시지, 촘촘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연출, 그리고 이 모든 걸 감싸안는 시나리오가 제대로 합을 이뤘다.
미스터리 스릴러 ‘하루’가 지난 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사실 근래 개봉한 다수의 대작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이것은 분명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것임을 직감하게 했다.
영화는 매일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잃는, 반복되는 지옥을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잃고 정신을 차려보니 시점은 사고 발생 2시간 전, 이 지옥과 같은 시간은 끊임 없이 반복된다.
‘하루’ 속 하루는 비슷한 듯 다르다. 두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결과는 좀처럼 바뀌질 않는다. 그리고 이것을 끝내기 위해서는 미스터리한 비밀을 하나하나씩 풀어야 하고 조여오는 감정선 속에서 궁지에 몰리는 두 남자의 액션 역시 과감해진다. 사고 현장에 1분 1초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속도위반을 하고 역주행을 하고 살인까지 결심하며 폭주하는 이들, 두 남자의 미친 연기력에 한참 빠져들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가슴을 울리는 먹먹한 메시지가 그 어떤 장치보다 강렬한 한 방으로 뒷통수를 친다.
독특한 설정,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슬릴러 적인 면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죄의식 죄책감을 비롯한 연민, 감동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마음에 비수를 꽂을 만큼 강렬한 드라마가 이 작품의 가장 큰 킬링 포인트다. 시간이 반복된다는 소재, 극단적인 사건에 얽힌 세 남자의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어느새 현재 나의 일인 듯 빠져들게 되는 무서운 몰입감 역시 이 덕분이다.
작품은 이 같은 작품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아 올해 10월 5일 개막하는 제50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도 당당히 초청됐다. 김명민 변요한 유재명 조은형 신혜선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6월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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