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자 VS. 한기자 영화 ’옥자’ 토크
스포일러라고 생각할 부분도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슈퍼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의 우정을 담은 일종의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동화는 아니다. 잔혹함을 입안에 살짝 머금은 현실 동화다.
소녀들(암컷 옥자도 10살이다)이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소녀 취향적 부분이 없지 않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옥자 덕이긴 하지만, 현실 속 많은 슈퍼돼지와 함께 있는 옥자를 그렇게 귀엽게 비추기만 하는 건 아니다.
미란도 그룹의 슈퍼돼지 생산 계획에 따라 전 세계 26개국 축산 농가에 제공한 돼지 26마리를 되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육식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문제의식도 녹아 있다. 생각할수록 쉽지 않은 주제와 메시지다.
진현철: 두 소녀의 우정은 2시간을 흥미롭게 채워 나간다. 10년 넘게 함께 우정을 나눠 온 둘은 절대 헤어질 수 없다. 미자에게 옥자는 친구이기도 하고, 덩치 큰 옥자는 미자에게 엄마이기도 하다. 옥자는 낭떠러지에서 위험한 상황에서 미자를 구해내고 포근하게 보듬어주기도 한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으로 귀결된다.
한현정: 옥자는 창의적인 발상에 따른 새로운 주인공이지만 친숙한 정서가 공존하는 동화 같은 스토리텔링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민하고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 묘사가 아름답고 쉽다. 무엇보다 순수하다고 할 수 있기에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자극적이고 볼거리만 현란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요즘 극장가에 꼭 필요한 따뜻한 작품이다.
한현정: 특별한 동물 옥자의 비주얼, 그리고 옥자와 미자의 순수한 우정을 한층 아름답게 그려낸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영상미와 연출력도 탁월하다. 화려한 뉴욕의 중심가와 강원도 산골 극한의 순수함의 대비, 날카로운 메시지와 반대되는 동심의 감성 등 곳곳에서 펼쳐지는 극적 대비가 제대로 표현됐다. 봉 감독의 주특기가 정점을 찍었다.
진현철: 옥자라는 동물은 분명 창의적이다. 하지만 하마를 닮았기도 하고, 돼지 같기도 하며, 강아지 같은 모습 등등 분명 처음 봤는데 어디서 본듯한 캐릭터다. 친근한 캐릭터로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나쁘지 않다. 다만 봉준호 감독이 제기한 문제의식과 관련한 상상력은 그렇게 풍부하게 발휘됐다고 볼 순 없어 아쉬움이 있다. 뻗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한계에 달한 느낌이다. 예측할 수 있고 지루하게 느껴질 부분도 있다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한현정: 순수하고 아름다운 메시지, 옥자 구출의 여정에 많은 요소를 가미해 상영 시간 내내 적당한 긴장감을 줘 몰입도를 높이지만 사실 강력한 ’한방’은 없는 느낌도 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착한 영화라는 느낌이 강한데 한두 번 정도 어떤 식으로든 명장면으로 꼽힐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만 끌고 간 인상이 강하다. 다소 늘어지는 전개는 아쉬운 부분이다.
한현정: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다. 화려한 글로벌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가운데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닌 배역마다 구멍 없이 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몰입도가 상당했다. 특히 아역 배우 안서현의 순수하면서도 당차고 파워풀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글로벌 스타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선보인다.
진현철: 누가 뭐래도 미자 역의 안서현이 모든 힘을 쏟은 느낌이다. 트럭에 실려 가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미자는 스턴트 액션(?) 연기자 저리 가라다. 개인적으로는 미란도 코퍼레이션 CEO 루시(틸다 스윈튼)와 동물학자 역의 제이크 질렌할은 엽기, 변태적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이크 질렌할은 흡사 짐 캐리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독특하다. 기괴하다고도 표현해도 되지 않았나?
한현정: 약간? 나는 틸다 스윈튼을 언급하고 싶다. 그는 이미 봉 감독의 ’설국열차’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다. 너무 과장된 만화 같은 캐릭터를 연이어 맡다 보니 완벽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싫증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현철: 젖소를 편안하게 해주면 우유 생산에 도움이 되기에 물침대를 제공하거나 고전 음악을 틀어준다는 미국의 농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런 방법을 통해 우유를 많이 얻어냈다는 결과가 있었다. 이것 역시 인위적인 환경 변화 아닌가. 그렇다면 질 좋은 고기를 위해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환경을 좋게 만들어줬다고 해서 농장주는 의무를 다한 걸까?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있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건가? 동물 보호와 식육의 대치, 동물들의 대량도살 시스템, 반려동물의 기준 등등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한현정: 그런가? 난 저녁 메뉴 삼겹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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