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의 혼신을 담은 연기, 신예 서희서의 재발견, 감독의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역사의식. 분명 진정성은 듬뿍 느껴진다. 떼어놓고 보면 특별히 부족한 구멍도 없다. 그런데 모두 합쳐 놓으니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조화롭지 못하다. 담담하게 다가와 강렬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던, ‘동주’의 강요 없는 먹먹함은 아쉽게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케일은 더 커졌고 볼거리는 한층 화려해졌지만 어딘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전작의 성공으로 인한 감독의 부담감 혹은 과한 의욕 때문이었을까. 어쩐지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좀처럼 작품을 온전히 만끽하기가 어렵다.
이제훈은 이번 작품에서 최근작들에서 보여준 스마트하고 댄디한 모습이 아닌 거칠고 반항적인, 그러나 내면에는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불꽃을 안고 살아가는 박열로 분해 역대급 변신을 보여준다.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최희서는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 유일한 가족이자 삶의 동반자로 분해 신예답지 않은 카리스마와 흡입력으로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낸다.
두 사람은 대지진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진 상황을 틈타, 조선인 대학살을 감행하는 일본 정부에 전면 대항한다. 이 속에는 불타는 애국심도, 비극적인 역사의 아픔도, 피해자 코스프레만 해대는 일본 정부의 교활함에 대한 경고도 있다. 그리고 치열한 항일정신에 못지않은 진한 남녀 간의 사랑도 있다.
가려진 역사의 한 페이지, 그 곳에 숨겨진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과 인생을 담는데 있어 감독은 ‘동주’와는 전혀 다른 결을 택한다. 여기에 한층 다양해진 시도들을 감행하지만 사실 그것이 작품 전체와 썩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다. 곳곳에서 재치와 유머, 로맨스, 명언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존재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깊이를 떨어뜨리는 경향도 있다. 극적 긴장감이나 메시지의 힘이 다소 약해진 셈이다. 무엇보다 박열이라는 인물이 주는 여운과 감동이 그리 강렬하게 다가오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의 도전과 역사의식, 따뜻한 애정에는 분명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작품의 완성도는 ‘동주’의 감동을 넘진 못한다. 이로 인해 작품 속 인물 역시 밋밋한 형태로 다가온다. 관람 내내 이제훈 혹
오는 28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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