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원톱 액션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 8일 개봉한 '악녀'는 19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으로 전국 누적관객 92만7048명을 동원했다. 유의미한 기록이다.
퇴장하기 전까지 100만 관객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나 제작비가 46억원이 넘었기에 손익분기점인 190만명에는 모자란 수치다. 속속 신작들이 개봉하고 있기에 좀처럼 손익분기점을 넘기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관심을 받았던 '악녀'의 국내 선전은 주목할 만하다.
여배우 원톱 중심의 작품이 별로 없던 충무로에 나름대로 새로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그간 충무로는 여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아 흥행을 이끈 작품이 거의 없었다.
특히 여배우 원톱의 영화는 전 장르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하다. 여배우들은 멀티캐스트 중 한 명으로만 선택받았고,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악녀' 역시 흥행과는 연결 시킬 수 없을 정도의 수치라고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지점에서 영향을 끼쳤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김옥빈의 노력이 특히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받아온 킬러 역할을 위해 목검, 장검, 권총, 도끼 등 손에 잡히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위협적인 무기로 만드는 최고 실력자로 보이기 위해 3개월 정도를 액션 스쿨에서 살았다.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인 '악녀'를 위해 김옥빈은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접 스턴트를 소화했다는 전언이다.
김옥빈은 영화 개봉을 즈음한 인터뷰에서 "'악녀'를 잘 해내야지만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들었다. 잘 해내고 싶었다"는 소회를 밝혀 여배우들을 자극한 바 있다.
어떤 식으로든 자극을 받은 영화계에서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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