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제훈. 제공|메가박스 |
배우 이제훈(34)이 자신의 인생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시간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하기까지 격한 혼란을 겪었던 20대’를 꼽았다.
이제훈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로 기존과는 다른 결의 시대극, 독립 운동가를 선보이게 됐다. 개인적으로 의미 깊은 도전이었고, 이런 뜨거운 영혼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안의 숨겨진 모습을 ‘박열’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색다른 희열을 느꼈다”며 “배우 이제훈을 한 단계 성장시켜준 작품이자, 인간 이제훈의 새로운 면모를 찾게 한 고마운 경험”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인간 이제훈의 가장 뜨거웠던 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20대 초반”이라고 답했다.
“데뷔가 좀 늦은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만큼 배우의 길로 들어설 때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하고 혼란을 겪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봐왔고 스크린 속 배우들을 동경해왔어요. 연기에 도전했던 시기가 20대 초반인데 나의 환상과 이상, 그리고 내 현실의 간격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죠. ‘연기가 너무 좋긴 한데 내가 저들처럼 잘 할 수 있는가’ ‘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데, 먹고 사는 것까지 해결될까’ ‘단지 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의구심, 불안함이 컸던 것 같아요.”
그는 과거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내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선택을 받아야 하고, 발견이 돼야 비로소 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자신감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배우의 길을 선택하고 한참을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어요. 인생에서 가장 크게 마주친 갈림길이었기 때문에 ‘목숨을 걸어보자’라는 각오로 뛰어들었거든요. 주변 환경상 개인의 욕망으로만 살지 못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게다가 제 주위의 친구들은 다 그 나이 때 군대에 가거나 제대해 복학하거나 이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만 혼자 고립된 기분, 낙오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허황된 꿈을 꾸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나중에 후회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컸죠.”
↑ 이제훈은 영화 `박열`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말했다. 제공|메가박스 |
“사실 데뷔 초 ‘건축학개론’ ‘고지전’ 등에서 들었던 칭찬에 비해 지금은 다소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걸 저 역시 알아요. 그렇지만 아직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저 안정적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대중성만 쫓기 보단, 하나 하나 새로운 도전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호평도 혹평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보다 좋은 배우로, 연기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어요.”
‘박열’은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되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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