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열’(이준익 감독)과 ‘리얼’(이사랑 감독)이 오늘(28일) 불꽃 튀는 맞장 대결을 펼친다.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 이제훈과 김수현, 무수히 흘린 땀의 결실을 먼저 맺는 사람은 누가 될까.
먼저 ‘동주’의 성공 이후 또다시 시대극을 선택한 이준익 감독은 ‘박열’을 통해 파격의 끝을 보여준다. 영화는 1923년 관동 대학살이 벌어졌던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 분)과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기존의 시대극이 가진 전형성을 깬다.
두 사람은 대지진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진 상황을 틈타, 조선인 대학살을 감행하는 일본 정부에 전면 대항한다. 이 속에는 불타는 애국심도, 비극적인 역사의 아픔도, 피해자 코스프레만 해대는 일본 정부의 교활함에 대한 경고도 있다. 그리고 치열한 항일정신에 못지않은 진한 남녀 간의 사랑도 있다.
가려진 역사의 한 페이지, 그 곳에 숨겨진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과 인생을 담는데 있어 감독은 ‘동주’와는 전혀 다른 결을 택한다. 여기에 한층 다양해진 시도들을 감행하지만 아쉬운 지점도 분명 있다. 곳곳에서 재치와 유머, 로맨스, 명언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풍부하지만 강약조절이 탁월치는 못해 깊이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박열이라는 인물의 가진 시대적 의미나 업적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 시대적 아픔보단 마치 한 편의 영웅물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
같은 날 개봉하는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전쟁을 다룬 액션 느와르. 김수현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첫 1인2역 도전, 설리의 파격 노출 등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이다.
감독은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 진짜가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빠지는 혼란과 혼돈 등에 대해 말하고자 ‘탄생’ ’대결’ ’리얼’이라는 세 가지 챕터로 나눠 표현하지만 난해하고도 헐거운 전개로 효과적으로 작용하진 못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불친절해 몰입이 쉬지 않다.
다만 카지노 보스 장태영과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을 연기한 김수현의 열연에는 입을 모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1인 다역을 소화하며 화려한 액션은 기본이고, 다양한 감정 변화를 깊이 있게 표현해낸다. 상반신 복근 노출에 이어 엉덩이까지 드러내고, 설리(최진리)와는 정사신까지 소화하는 등 파격의 연속이다.
수지 다솜, 배우 손현주 박서준 등 화려한 카메오 군단이 등장하지만 분량이나 개연성이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편, 전날 오전을 기준으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박열’이 예매율에서 ‘리얼’을 앞서며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박열’의 예매율은 22.0%로 예매
해외 대작으로 좀처럼 국내작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극장가에 다시금 국내 기대작들의 흥행 열풍이 예고되고 있다. 두 작품의 맞장 다음 날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역시 뜨거운 경합에 합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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