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변희봉이 지난 50년 연기인생을 회고했다.
3일 밤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연기를 향한 배우 변희봉의 열정과 인생 이야기가 그려져 안방극장의 시선을 모았다.
모든 영화인들이 꿈꾸는 무대,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에 첫 입성한 일흔 다섯의 배우 변희봉. 영화 '옥자'를 통해 올해 칸 레드카펫에 올라 "벼락 맞은 사람",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한 변희봉은 현재 제2의 전성기로 만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변희봉의 단역, 조연배우 시절과 배우를 포기하려던 시절의 생활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배우 생활에 찾아온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변희봉의 시간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어느 여름날 오후, 여유로운 한강에 썬글라스와 모자, 얼굴을 모두 가리는 가면 같은 마스크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변희봉의 일상적인 모습이 화면에 첫 등장했다. 여배우도 이렇게는 안하겠다는 제작진의 웃음 섞인 질문에 변희봉은 "배우가 얼굴을 신경 안쓸 수 있어?"라며 센스 있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여전히 피부 관리에 철저하다는 변희봉은 "저는 이것만 쓰면 대한민국 어디든 다닐 수 있다"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을 때면 늘 산을 오른다는 변희봉은 시원한 여름비가 내리는 어느날 산을 찾아 지난 인생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젊은 시절 우연히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숙직실에서 듣던 라디오 드라마에 신선한 충격과 매력을 느낀 변희봉은 우연치 않게 발견한 성우 양성 학원을 통해 성우의 세계에 먼저 발을 내딛었다고 전했다.
변희봉의 꿈과는 달리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사투리로 인해 혹평을 들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는 변희봉은 "전라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표준어 방송만 들었다. 또 부모님조차 만나지 못한 채 책을 읽어도 표준어 생각만 하며 지냈다. 결국에는 사투리가 고쳐지더라"라며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어려운 시기를 감내한 변희봉은 이후 1965년 MBC 공채 성우 2기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같은 MBC 공채 성우 출신 김영옥과의 만남도 그려졌다. 선후배이자만 친남매처럼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돈독한 모습을 드러낸 변희봉과 김영옥은 차범석 작가의 극단에서 호흡을 맞췄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김영옥은 "연극 도중 장난끼 많은 변희봉 때문에 무대에 웃음 폭탄이 터졌다. 차범석 작가에게 혼이 나도 우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며 젊은 시절부터 남달랐던 변희봉의 끼를 언급했다.
성우 세계에서 TV로 무대를 옮긴 변희봉은 김영옥과는 달리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날카로운 외모 탓에 매번 도둑, 사기꾼 등 단역으로만 출연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변희봉은 힘든 생활고와 배우로서 자괴감, 변화하는 방송의 흐름 때문에 마땅한 배역없이 여러 날을 쉬기도 했다.
수많은 인내의 시간을 보낸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고 2000년 개봉한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며 영화배우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됐다. 변희봉 만의 아우라와 연기 인생을 높이 평가한 봉준호 감독은 '괴물', '살인의 추억', '옥자'까지 20여년 가까이 동행하고 있으며, 변희봉은 잠재된 명품 연기력으로 작품을 압도하며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떠올랐다. 결국 변희봉은 변희봉은 올해 출연한 작품 '옥자'를 통해 칸 영화제에 진출하며 명품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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