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자의 기억법’ 사진=㈜쇼박스 제공 |
먼 '오아시스', '실미도' 등 독하게 변신할 때마다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켰던 설경구는 극한의 체중 감량에 나서 특수분장 없이도 본인보다 10살 많은 외형을 완성해 나이를 ‘조절’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는 ‘병수’가 알츠하이머로 인해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겪어야 하는 혼돈을 순간적인 눈빛 변화만으로 완벽히 표현해내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설경구의 눈빛 연기에 관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김남길은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태주’는 평범한 경찰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인물로 ‘병수’의 살인 습관을 깨우고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김남길은 살을 찌웠을 때 섬뜩함이 배가되는 얼굴이라고 생각한 원신연 감독의 주문에 설경구와는 정반대로 14kg나 몸을 불리는 변신을 감행했다. ‘태주’는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다. 미세한 줄타기를 하며 헷갈리게 만들어야 하는데, 김남길이 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섬뜩해진 인상 속 찰나의 순간 미묘하게 변하는 ‘태주’의 표정을 노련하게 살려내며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기존에 흔히 그려진 연쇄살인범의 일반적인 캐릭터를 벗어나려 했다는 그는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능수능란한 연기로 관객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설경구, 김남길의 팽팽한 감정연기 대결에 김설현과 오달수가 가세해 극의 풍성함을 더한다. 김설현은 ‘병수’가 기억해야 할 유일한 존재, 딸 ‘은희’로 분했다. 그는 기억을 잃어가는 아빠를 지켜봐야 하는 딸의 착잡한 심경, 아빠가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딸의 복잡한 내면을 풍부하게 그려냈다. 흙바닥을 뒹굴고, 맨발로 야산을 뛰어다니며, 얼굴에 피 분장까지 하면서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그녀의 도전에 관객 모두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오달수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파출소 소장이자 ‘병수’의 오랜 친구 ‘병만’으로 분해 천만 배우다운 관록의 내공을 보여준다. 그는 ‘병수’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나타나 살뜰히 챙기는 ‘병만’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며 장르의 분
한편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선보일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의 역대급 변신과 폭발적인 열연은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될 것이다.
이지영 인턴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