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때부터 올해까지 3년 내내 '영화제 하는 거냐?' '문제가 뭐냐?' '한국영화단체 보이콧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등과 관련해 매일 매일이 위기였다. 불안함에 시달렸다. 올해 영화제를 반드시 차질없이 치러내려 한다. 영화제 최선을 다해 치르고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 한다. 앞으로도, 이후 어떤 상황에서도 영화제가 개최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은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한 호텔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힘주어 말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아 지켜냈다"며 "다행히 그 해는 무사히 끝났지만 영화제를 둘러싼 위기는 이듬해 심각해 졌고, 영화제 개최가 불가능할 상태가 됐다. 다행히 영화제는 끝냈으나 올해도 위기를 맞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 집행위원장은 또 "여전히 일부 영화 단체들의 보이콧이 진행중이고 여러 상황이 완벽히 해결은 안 되고 있다"며 "시간이 촉박하고 여러가지가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영화제 개최와 관련해서는 불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은 임기가 남아 있으나 올해를 끝으로 퇴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영화제 내외부 운영 등과 관련해 어떤 문제이든 집행위원장인 내 책임이 크다"며 "총책임은 집행위장인 내가 지는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도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조금이라도 우리가 있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마땅히 그만두는 게 책임자의 도리라고 생각해 함께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언급한대로 올해 영화제는 많은 준비를 하려 노력했다. BIFF 측은 이날 월드프리미어 부문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부문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 뉴커런츠 상영작 10편 등 모두 75개국 298편의 초청을 공식 발표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예년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로 관객을 맞이하게 됐다"며 "특히 새로 시도되는 아시아 독립영화인단의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플랫폼부산 사업 등은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막작은 한국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Glass Garden)이다.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해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과 그녀를 훔쳐보며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장르다. 폐막작은 대만의 실비아 창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상애상친'이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중국의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부산영화제 개·폐막작이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작의 여주인공인 배우 문근영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몇 번 참석했는데 한 번도 내 작품으로 참석한 적이 없다"며 "작품을 들고 방문하게 돼 너무 기쁘다.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수원 감독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한 젊은 과학도가 꿈과 희망을 접는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이 자연과 공존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하며 "이제 22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도 '유리정원'이 지향하는 공존의 가치를 생각해볼 때 계속 생명력을 갖고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장해같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배우 신성일이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맨발의 청춘'(1964), '떠날 때는 말 없이'(1964) 등 출연작 8편이 상영된다. 지난 2월 타계한 아시아 장르 영화의 전설인 스즈키 세이준의 특별전도 마련했다. 또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12일부터 열흘간 개최된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