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효정 PD는 "꽃청춘, 강식당을 준비 중인데 모르는 척 해주면 고맙겠다"고 바랐다. 제공|tvN |
최근 끝난 tvN 예능 ’신서유기4’의 신효정 PD는 미뤄온 휴가를 다녀왔다. 병맛 웃음 가득한 프로그램을 이끄는 수장 중 한 명이니 뭔가 특별한 휴가였을 것 같은데 별다를 게 없단다. 다르다면 일할 때나 휴가 일 때나 그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일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다.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프로다운 냄새로 가득하다.
신효정 PD는 "저희는 다들 저희가 정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밖에서 봤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유행하는 걸 찾아다니며 한 번씩 경험한다"는 말은 지극히 정상으로 들렸다. "편의점 가서 먹을 걸 왕창 사온다"고 한 것도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과자만 10만원 어치 사봤느냐?"고 묻는 신 PD에게서 장난기를 발견했다. 과자를 좋아한다기보다 과자로 무언가 재미난 게임을 하는 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다음은 신효정 PD와의 일문일답.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시청자 반응을 많이 챙겨보는 듯하다?
실시간 반응을 항상 챙긴다. 우리가 불안하다는 생각을 할 때 마침 시청자들도 늘어진다는 냉정한 평가를 해준다. 아끼는 만큼 평가도 냉정하니 좋다. ’카메라가 어둡다’ ’이런 점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반영하려 한다. 고깔고깔대작전 게임과 관련해서도 좋은 의견을 내주셨는데 여러 가지 반응을 볼 수 있는 좋은 창구다.
- 이번 시즌에서 신효정 PD가 생각하는 가장 웃겼던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규현 ’조피에로’의 노란바지가 아닐까. 원래는 의자빼기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우연하게 재미있는 그림이 나왔다. 현장에서 미친듯이 웃었다. 규현이 예쁘게 보이려고 파마를 하고 왔는데 고깔을 쓰니 진짜 피에로 같았다.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했는데 이수근씨가 이야기를 조피에로라고 꺼낸 거다. 사실 규현은 자기 얼굴을 못봐 왜 피에로인지 몰랐는데 상처 받을까 군대 가기 전에 미리 사진을 보여줬다. 하하하.
- 이번 시즌에서 아쉬운 점은?
사실 없다.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왔다. 사실 요즘은 힐링 프로그램이 대세다. 따지고 보면 요즘 트렌드에서 벗어나고 있는 매니아 프로그램인데 좋아해줘서 다행이다. 다음 시즌 할 때 부담감이 생겨버렸다. 웃기는 게 어려운데 기대를 충족시키는 시즌으로 와야 하기 때문이다.
- 나영석 PD 사단이라는 그림자를 지우고 싶지 않나?
(고개를 절레절레) 아니다. 다르게 보면 모든 책임을 나 PD님이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척 힘든 일이다. 나영석이라는 이름 뒤에서 잘 되면 지금처럼 좋은 이야기를 듣지만 나쁜 것은 나 선배가 다 받는 것이니 그 자리는 무겁고 힘들다. 우리끼리 즐겁게 하다가도 시청률이 안 나오면 ’나영석 망했네’라는 말을 할 거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테니 그 자리가 화려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가끔 미안하기도 하다.
- 의류환경학과 출신의 PD다. 벌써 13년이나 연출자로 생활했다.
예전부터 뭘 만드는 걸 좋아했다. KBS 입사하고 여러 가지 분야를 겪었는데 드라마는 내 머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예능을 할 때 부모님이 어디를 가셨는데 ’1박할 때, 너희가 캠핑갔던 게 생각나 좋더라’라는 문자를 받고 좋았다. 예능으로 행복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 수 있구나 생각하니 더 좋아졌다. 예능 아니고는 생각한 적도 없다. 어떤 논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보고 바로 툭 털어버리는 것도 좋다.
- KBS에서 SBS, 다시 tvN으로 이동했다. 부침이 있다고 봐야 할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지금의 신효정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뭔가 저질러봤을 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되겠다는 마지막 노선으로 옮기고 옮긴 것 같다. 힘들었지만 전혀 나빴던 시간들은 아니다. 쌓이고 쌓여서 지금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나영석 선배와 함께 하게 된 건 처음부터 하나하나 키워준 분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톤이 비슷해서 인 것 같다. 마음 맞는 사람 찾는 게 어려운데 같이 하니 좋다. 1, 2년만 생각하고 살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강약중강약 조절하면서 사는 법을 알게 됐다.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며 길게 봐야 하는 것 같다. ’신서유기’도 사실 큰 미래나 거창한 뭔가를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아니다. 이 시즌만 재미있게 집중해서 가자라는 마음 뿐이다. ’앞으로 뭘하고 싶니?’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지금 하고 있는 걸 잘하고 싶다.
- 나 PD는 어떤 선배인가?
후배 이야기를 정말 많이, 잘 들어준다. ’아니다’ 싶은 건 정확하게 제대로 이야기 해준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포기한다. 물론 꽂혀서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하라고 해준다. 만약 내가 헛발질 할 때 그게 헛짓거리가 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짚어주거나 더 보완할 수 있는 걸 찾게 도와준다. 막내의 의견도 잘 묻는다. 우리가 제일 경계해야 하는게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일깨운다.
- 현재 ’신서유기’ 외전 준비 중인가?
’꽃청춘’, ’강식당’ 등 준비를 하고 있는데 조금 뭐를 하면 ’이거구나’라고 하시니 보안이 안 된다. 신서유기 외전에 거는 기대감이 높으니 고민이 많아졌다.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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