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현은 `학교 2017`을 통해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사진| 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지난 1999년 처음 방송된 드라마 '학교'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KBS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고등학생들의 고민과 성장을 담아 공감을 얻었고, 작품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은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스타가 되는 등용문' 내지는 '유명 배우의 산실'이라고 불렸다.
'학교 2017'에서도 김정현(27), 김세정(21), 장동윤(25) 등 청춘 배우들이 활약했다. 두루 경험을 쌓아온 이들은 교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통해 성장했다. 김정현은 '학교'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항아' 현태운 역할을 맡았다. 학교 이사장 아들이지만, 부조리한 학교 운영에 반기를 들고 X로 활동한 현태운은 극을 끝까지 이끌어간 주인공이었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작품을 마무리해서 뿌듯하고 다행스러워요. 한여름에 촬영해 너무 더웠죠. 촬영지에 매미가 많아서 소리 때문에 촬영이 자주 중단되기도 했어요. 그러는 바람에 땡볕에 서 있어서 피부가 타기도 했고요. 말 그대로 '뜨겁게' 촬영했습니다."
'학교 2017'은 기대가 높았던 탓에 방송 초반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검은 후드티를 입고 학교 비리를 고발하는 'X가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라는 지적이었다. 제작진의 새로운 시도였으나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현태운이 X라는 정체가 밝혀진 뒤에는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됐다.
"X에 의문점을 두거나 의심을 품기보다는 대본을 따라 충실하게 표현하려고 했죠. 금도고등학교는 요즘 학교의 문제점을 총집합 시켜놓은 학교였고, X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다루고 싶었어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현태운은 아버지 현강우(이종원 분)와 각을 세우다가 막판에 화해했다. 따뜻한 부자의 정을 나눈 현태운 현강우의 이야기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그러나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급하게 풀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개연성이 없다고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인 듯해요. 전개에 대한 지적에는 배우의 책임도 있어요. 제가 조금 더 노력하고 보완해서 연기에 구멍이 없도록 해야 했던 거죠."
현태운은 가정형편 차이로 자신을 밀쳐내던 라은호(김세정 분)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풋풋한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현 김세정의 호흡은 호평받을 만큼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김세정은 연기력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며 열연했다.
"(김)세정이가 연기를 유연하게 잘하더라고요. 긍정적이고 붙임성도 좋아서 현장 분위기도 잘 북돋아 줬죠. 카메라 앞에 함께 섰을 때 고민한 흔적도 보였고, 욕심을 갖고 진지하게 임해줘서 재미있었어요."
김세정 뿐만 아니라 '학교 2017'에 출연한 배우들은 짧은 경력에도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동윤 김희찬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했죠.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면 시원하게 연기한 듯해요. 막히는 건 거리낌 없이 대화로 풀었습니다." 평균 4% 시청률로 기대에는 못 미친 성적이었지만, 예비 스타들의 가능성은 다 보여준 '학교 2017'이었다.
김정현은 지난해 SBS '질투의 화신'에 이어 올해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빙구'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역적' 촬영 중에 '학교 2017'에 캐스팅됐다. 첫 미팅을 마치고 한 달이 지나고서야 확정 소식을 들었다. 뒤늦게 합류한 듯 보이지만, 제작진은 만장일치로 그의 출연을 결정했다.
"제작진이 두 번째 오디션 때 '어떤 역할이든 같이 하고 싶다'고 했죠. 연락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을 때 세 번째 오디션을 봤고, 감독님이 제작사 관계자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결국에는 만장일치로 제가 캐스팅됐다고 하셨죠."
20대 중반인 김정현은 작품을 위해 오랜만에 교복을 입었다. 정장이 자연스러울 법한 나이에도 교복이 잘 어울렸다. 김정현은 "교복을 입는 것에 거부감이 있지 않았다"고 했다. 단순하지만, 극 중 인물의 삶을 따라가야 하는 배우의 태도였다.
데뷔 후 처음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마친 김정현은 미래를 향한 기대도 드러냈다. 당장 앞에 놓인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배우로서 성장하는 게 우선이었다. '학교 201
"딸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학교 2017'을 볼 때라는 부모님의 글을 본 적 있어요. 힘을 얻었다는 학생들도 있었죠. 팬분들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 듯해요. 지켜봐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좋은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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