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란제리 소녀시대’가 남긴 의미 셋 사진=FNC애드컬쳐 |
지난 3일 8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풋풋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이야기로 높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달 11일 첫 방송 이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세대공감 드라마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란제리 소녀시대’가 남긴 의미를 짚어보았다.
#1. 온 가족이 함께 떠난 79년으로의 세대공감 여행
드라마는 79년 대구라는 시대적 장소적 배경을 지니고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여고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다뤘다.
70년대 이후 급속한 사회변화를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 세대갈등이 최근 들어 더욱 첨예화 되고 있는 가운데 ‘란제리 소녀시대’는 부모와 자식세대가 함께 보며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사랑과 우정이 전부인냥 상대방의 행동 하나에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기뻐하기도 했고, 좌절하고 아파하기도 했다. 서슬퍼런 부모의 감시하에서도 일탈을 꿈꾸었고, 잘못된 일이라 생각되면 상대가 누구든 달려드는 등 패기 넘치고 열정 가득한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났을 때는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하였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 찾아갈 의지도 있었다.
이들의 모습에서 부모세대는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며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함께 자식 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식세대는 어른들도 자신들처럼 가슴이 뜨거운 청춘을 경험하였음을 느끼며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시간이 되었다.
연출을 맡은 홍석구 피디도 지난 8월 대본리딩 현장에서 “79년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사랑하는 시기였다”고 언급한 것처럼 ‘란제리 소녀시대’는 전세대가 공감을 느끼며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 신인 배우 대거 발굴 및 드라마 제작에 새로운 길 제시
보나, 채서진, 서영주, 여회현 등 신인배우들의 발굴과 이종현, 도희의 재발견을 들 수 있다.
보나, 채서진, 서영주, 여회현은 대중들에게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들로 방송 전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미니시리즈에서 주요배역 4인을 신인으로 구성한 경우는 근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로 제작진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첫 방송 후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 신인 4인방은 첫 회부터 우정과 사랑에 고민하는 고등학생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들의 열연에 힘입어 드라마에 빠져 함께 감정을 나눌 수 있을 만큼 깊은 몰입도를 이끌어 냈다. 특히, 2번째 작품만에 주연을 맡았음에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 보나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사랑하기에 가까이 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청년 영춘의 복잡한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이종현과 학교 일진으로 반항기 철철 넘치지만 영춘을 향한 순애보를 갖고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인 심애숙을 몰입감 있게 표현한 도희 역시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며 재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미니시리즈 캐스팅 관행을 탈피한 이번 시도는 신인배우들의 대거 발굴이라는 성과와 함께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3. 따뜻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악역을 찾기 어렵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쓰레기’라 부르고 성추행에 해당하는 체벌을 하는 오만상(인교진 분), 가부장적인데다 바람까지 피운 정희 아버지(권해효 분) 정도가 악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눈살만 찌푸리지는 않았다.
물론 이들의 행동이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는 전혀 용납되지 않는 것이지만 79년 당시만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오만상의 경우는 허당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며 친숙하게 다가오
자극적인 소재와 인물들 없이도 드라마는 매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하며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몰입시켰다.
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발랄하고 발칙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코믹로망스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3일 8회를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
백융희 기자 byh@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