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홍기준은 마동석의 오른팔 박병식 형사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진|유용석 기자 |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그린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의 흥행에 극중 대사들도 유행이다. 윤계상의 "니 내가 누군지 아니?"나 마동석의 "진실의 방으로" "그래, 싱글이다" 등등이 관객들의 뇌리에 꽂혔다. 배우들이 머리를 맞대 생각해낸 웃음 포인트다.
마석도(마동석) 형사의 오른팔 박병식 형사 역의 배우 홍기준(39)도 노래방 액션신에서 "팔 들어가면 문 열어"라는 적절한 애드리브로 깨알 웃음 포인트를 살렸다. 이 신을 연기하며 왼손 엄지가 골절되기도 했다. 모든 배우가 너무나 의욕적이었기에 문이 실제 세게 닫혔고, 하필 홍기준의 첫 촬영 날 상처를 입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아프더라고요. 제 첫 신이었는데 아프단 얘기도 못 하고 참았죠(웃음). 손에서 엄지가 중요한 걸 알겠더라고요. 다른 네 손가락이 있는데 왼손으로는 아무것도 못 할 지경이던 걸요? 지금은 괜찮아요. 모두가 다 조금씩 다쳤는데 제게는 영광의 상처죠."
’범죄도시’는 마동석과 윤계상을 비롯해 출연진 모두가 연기를 잘했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 외에 조·단역도 모두 실제 같았다. 홍기준도 "진짜 형사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형사 출신은 아니다"라고 한 그는 "금천 경찰서에 가서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형사들이 ’복장이며 얼굴이 진짜 형사 같다’고 해줬는데 정말 기분 좋았다"고 회상했다.
형사 출신은 아니지만 홍기준의 아버지가 경찰공무원이었다. 정작 본인은 "’형사25시’ 같은 영상을 통해 형사 연기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했으나 알게 모르게 어렸을 때부터 봐 오던 아버지와 동료들의 모습이 익숙하게 담긴 것 같다. 아버지의 피가 흘러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 게 아닐까. 홍기준의 아버지 역시 영화를 보고 "강력반과 흡사하게 만들었다"고 좋아해 줬다.
’범죄도시’는 모든 이의 절실한 마음이 담긴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윤성 감독은 17년 만에 상업영화 데뷔작이고, 마동석은 주인공으로 도전했고, 윤계상은 악랄한 악역에 도전했다. 이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신인 조·단역들도 12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기용돼 알아봐 주지 않던 그들의 장기를 살렸다.
홍기준은 "다른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분도 다 절실하겠지만 우리는 특히 더 그랬다"며 "역할을 받았으니 한 번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 홍기준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마동석 역시 마찬가지다. 단역을 주로 맡았던 홍기준은 자기 분량만 몰두하고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마동석은 전체를 보며 조언을 해줬다. 홍기준은 "상대에게 토스해서 존재감이 더 생기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좋아했다. 그는 "마동석, 윤계상 등등이 그렇게 잘 챙겨주더라. 또 언론시사회나 공식 석상에서도 매번 우리를 챙겨주고 잘해줬다고 표현해줘서 정말 좋고 고마웠다"고 행복해했다. 그 때문인지 ’범죄도시’ 팀 분위기는 너무나 좋다. 인터뷰 전날도 400만 파티를 했는데 모두가 참석해 서로의 노고를 축하했다.
홍기준은 2003년부터 연극 무대에 섰다. 2006년 개봉한 ’천하장사 마돈나’로 상업영화에 도전했고, 수많은 영화에 작은 역할로 참여하며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는 유명하지 않다. 본인은 아쉽지 않단다.
그는 "지금 이 순간만 연기하고 그만할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처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역할이 큰 게 처음이라 느낀 게 많다. 정리하고 연구하며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고 여전히 몰입했다.
홍기준은 ’외도’ 아닌 ’외도’를 하기도 했다. 연기보다 강의에 더 신경을 쓴 적이 있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다. 두 형제의 아빠이자 연극인 출신 아내의 남편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동국대와 자매결연을 한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학교에 추천을 받아 입학했다. 배우 박신양이 1기(홍기준은 3기)로 다녔던 그 학교다. 홍기준은 대학원까지 7년을 공부했고, 돌아와 연극 무대와 작품 출연, 강의에 나섰다.
"배우를 포기한 적은 없었는데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 잠깐 접고 가르치는 걸 업으로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연기를 다시 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공연 무대에 서고, 작품에 출연하며, 강의를 했는데 사실 저는 공연과 작품 출연으로는 먹고 살 수 없었죠. 그래도 아내가 ’고생은 다 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생각한 노선으로 가자’라고 해줘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허동원 마동석 홍기준(왼쪽부터). 사진| `범죄도시` 스틸컷 |
"혼자서 일을 할 때 최종 오디션에서 누가 봐도 제가 할 역할이었는데 이상하게 못했던 경우가 있었어요. 어떤 회사의 누가 내정된 거였더라고요. 속상했죠. 저는 그렇게 하긴 싫어요. 이번에 회사에 들어가면서도 오디션 기회만 잡아달라고 했어요. 내 실력으로 하고 싶거든요. 회사가 생겼다고 그렇게 누군가의 기회를 박탈하고 싶지 않아요. 회사는 오디션의 기회를 주는 게 역할이고, 나머지는 배우가 연기로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홍기준은 "처음 만났을 때와 끝이 한결같은 배우, 좋은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했다. "연기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내게 솔직하고 진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요. 대본을 받았을 때 ’그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면 자연스럽게 그 모습이 홍기준만의 연기로 담기는 것 같거든요."
그는 ’범죄도시’ 속편 참여도 바랐다. 앞서 강윤성 감독과 마동석은 시리즈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여기저기서 밝힌 바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