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언은 "여배우와 로맨스보다 남자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배우 이시언(35)은 드라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러브신을 최근 연달아 선보였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서 서은아와 핑크빛 기류를 선보이더니, 최근 끝난 SBS 수목극 '다시 만난 세계'에서는 박진주와 코믹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사랑'을 펼쳤다.
이시언은 "박진주가 거의 마지막에 캐스팅됐다"고 아쉬워(?)하며 "대본에 '키 큰 요가 강사에 모델 출신'이라는 인물 소개에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였다"고 웃었다.
"진주와는 학교(서울예대)때 부터 알던 친한 사이죠. 정말 친하게 지내는 배우가 몇 없는데 왜 하필 박진주와 로맨스였을까요? 제 입장은 이렇다는 거고요, 진주도 한번 인터뷰를 해보시면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을까요? 하하하."
그는 "나는 로맨스 신보다는 사실 남자배우들과 연기하는 게 호흡이 더 잘 맞고 편한 것 같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이시언은 고3 때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자의 꿈을 꿨다. 자칭 고3 때 잘생겼다고 한 그의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조명받기도 했다. 필모그래피에는 2009년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데뷔작이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극단에서 연기를 했다. 아동극단에도 있었고, 대학 졸업하고 창작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TV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곽경택 감독 덕분이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곽 감독이 "'친구'의 드라마화 계획은 없느냐"는 강호동의 물음에 긍정적인 얘기를 했고, 이시언은 그때 "오디션을 보면 꼭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후 영화잡지에서 곽경택 감독의 인터뷰를 읽었고 제작사에 전화를 걸고 찾아가기까지 했다. 물론 이시언처럼 생각한 이가 많았기에 곽 감독을 만나지 못하고 쫓겨났다.
"곽 감독님이 있던 제작사를 내려오며 울었어요. 내 연기 도구들이 담긴 캐리어를 끌고 가며 미용실에 들어갔는데 미용실에서도 '저희 가위 안 사요'라며 무시하더라고요. '머리하려고요'라고 대답했는데 슬펐어요. '이게 현실이구나' 깨달았죠. 속도 모르고 후배들이 전화해 '오디션 잘 봤냐. 팥빙수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는 나름 멋진 선배라서 사줬죠. 하하하. 결국에는 '친구' 오디션을 봤는데 거기서 1등 해서 데뷔하게 된 거예요."
↑ 이시언은 곽경택 감독 덕에 안방극장에 데뷔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이시언은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일했다. 휴식기 없이 겹쳐서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어려운 작품과 역할을 만나면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그는 "운이 좋게도 좋은 배우 형들이 있어서 많이 알려주고 이야기해준다. 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그는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내 역할과 상황이 이질감이 있는 것 같진 않다. 내가 원하는 다른 역할을 못 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와중에 '투깝스'라는 기존에 보여준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작품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깡패이기에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며 "예능에 나온 모습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시언은 학교 동문인 '절친' 조정석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이시언은 "정석 형은 학창 시절 때부터 대단했다"며 "학생인데 '헤드윅' 공연을 했다. 대장급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본인은? "그냥 잘 노는 애정도"였다. 대학생 때도, 군대를 다녀와서도 '막연하게 배우가 될 거야'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정석 형은 정말 생각이 다르더라. 나는 100명 중 같은 생각을 하는 95명 중 하나인데 형은 달랐다"며 "영화 '건축학개론'이 뜨고, 내가 출연한 '응답하라 1997'도 떠서 인터뷰 할 때 사람들이 '납득이를 맡았어도 잘했을 것 같다'고 하던데 납득이는 정석 형만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추어올렸다.
"형이 부러운 건 사실"이라고 강조한 이시언은 "형이 부러우니 형 연기를 보고 연구한다. 부럽지 않으면 '잘됐네, 저러다 말겠지' 할 텐데 계속 보고 연구한다. 자세와 표정을 연구해서 정말 똑같이 흉내 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너무 따라 하려고 하니깐 내 색깔이 없어지더라. '네 호흡 부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형의 말을 듣고 적절히 섞어서 한다"고 웃었다.
↑ 배우 이시언은 "조정석 형 부러워 흉내내고 다녔다"고 말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이시언은 "나이 들수록 또 다른 걱정이 생기니 안심할 수 없다. 항상 걱정거리가 있는 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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