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꿈을 잃지 말고 다시 도전하라.' 방송사마다 내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슬로건이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연습생들은 다시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이들의 절박한 사연은 드라마가 된다. 연습생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6, 7년 동안 가수 데뷔를 꿈꾼 이들이다. '데뷔'라는 문턱을 넘어야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던 연습생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수를 향한 지름길이 됐다.
소속사가 없는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근 연습생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추세가 바뀌었다. 어린 나이 때부터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들이 소속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잦아지면서다. 엠넷 '슈퍼스타K'의 빈자리는 '프로듀스101'가 메우고 있고, 'K팝스타'는 마지막 시즌에 기획사 연습생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프로듀스101'를 통해 데뷔한 아이오아이 워너원 이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JTBC '믹스나인'은 양현석 YG 대표가 전국의 기획사를 찾아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KBS2 '더유닛'은 데뷔 경력이 있는 아이돌 가수 가운데 멤버를 선발해 유닛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은 연습생을 꾸짖다가도 극찬을 늘어놓는다. 좌절이 희망으로 바뀌는 연습생의 얼굴은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다. 연습생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심사위원의 혹평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도 있지만, 연습생들의 성장 과정과 맞물리면서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린다.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젊은 시청자들을 모으고, 화제성을 끌어올릴 방법이다. 방송으로 인지도를 올린 프로젝트 그룹은 음원 광고 등 부가적인 수익도 올려준다. 기획사가 주장하는 방송사와 불공정 계약은 차치하더라도 중소기획사는 한 번 얻기 힘든 기회가 있어 좋고, 방송사는 흥행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 좋다.
'믹스나인' '더 유닛'이 비슷한 시기에 방송돼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룹 에이스는 멤버들이 두 프로그램에 동시 출연했다. '믹스나인' 제작진은 '더 유닛'에 출연 중인 에이스 멤버들을 모자이크 처리했고, '과도한 배려'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데뷔한 가수들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방송사들은 앞다퉈 연습생들에게 '다시 도전하라'고 한다. 어떤 분야가 됐든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는 듯한 모습은 오히려 잔혹하기만 하다. 프로젝트 그룹에 합류하지 못하는 대부분은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전전해야 할 것이다.
연습생들의 꿈도 방송사들의 상품이 됐다. '프로듀스101 시즌1' 방송 초기에 문제로 지적됐던 투표를 통한 노골적인 순위 방식과 줄세우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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