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경이 가족들과 마지막 추억을 쌓았다.
17일 방송한 tvN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인희(원미경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인희는 자신이 죽은 후에도 가족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자신의 곁을 지키려하는 양순(염혜란 분)에게 보험증서가 든 봉투를 내밀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했다. 그러면서 서운해 하는 양순의 손을 잡고 “꼭 우리 근덕(유재명 분)이 옆에 있어. 지금은 젊어서 힘이 넘쳐 꽥꽥대도 늙어봐 잘할 걸? 우리 엄마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내가 업어 키운 애야. 걔가 엄마한테 정을 못 받고 자라서 그렇지 본성은 나쁜 애가 아니야”라고 말했다. 양순은 “알아요”라고 답하며 울었다. 집으로 돌아온 양순은 근덕에게 인희가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밝히며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양순은 보험증서를 보여주면서 “이거 네 누나가 식구들 몰래 들어놓은 거래. 행여 네가 그 마음을 알겠다. 너 같은 놈이 누나 맘을 알겠다. 너 누나 죽으면 그 돈 받아서 다 도박해라”라며 오열했다. 근덕은 충격을 받아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인희는 자기 없이 밥도 챙겨먹지 못하는 연수(최지우 분)를 걱정했다. 그는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연수에게 “된장도 하나 제대로 못 끓이고 어떻게 살 거야 대체”라며 잔소리를 했다. 이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연수는 된장찌개에 재료들을 넣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희가 방에 들어갔을 때 남편 정철(유동근 분)은 이불을 장롱에 넣고 있었다. 인희는 “그렇게 잘 할 거면 왜 진작 안하고. 빈속에 그놈의 담배는?”이라며 잔소리를 했다. 이어 각종 통장과 봉투를 내밀었다. 인희는 “땅문서, 보험, 그런 거예요. 어제 꺼내보니까 아껴 쓰면 당신 죽을 때까지 쓰겠더라. 당신은 좋겠다. 부자라. 거기 노란 통장은 연수 시집보낼 거고 흰 통장은 정수 것이니까 손댈 생각 말고”라고 말했다. 정철은 답이 없었다.
정철은 연수와 함께 이사 갈 집에 가 가구를 옮기며 정리했다. 인희가 한 번 와보고 싶다는 말을 기억했던 것. 정철과 연수는 집을 청소하고 가구를 배치하고 액자를 걸며 깨끗하게 정리했다. 정리를 끝낸 두 사람은 인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울먹였다.
치매 걸린 할머니는 여전히 인희를 힘들게 했다. 아침부터 난리였다. 인희가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밥을 잘 먹다가도 갑자기 밥이 썩었다며 소리를 질렀다. 이어 밥을 인희에게 집어 던지고 밥상을 엎은 뒤 “너나 쳐 먹어 이년아. 병원 채려준다고 해놓고 맨 몸으로 시집와가지고 이년아” 라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이날 저녁에도 할머니는 인희가 정철, 연수, 정수(최민호 분), 정철과 다같이 들어올 때 야구방망이를 들고는 인희의 머리를 때렸다. 정수는 “할머니 제발 이제 그만 하세요. 그냥 돌아가세요. 네?”라고 소리치며 할머니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정철은 할머니를 막무가내로 끌고 가 방안에 가둔 뒤 못과 망치를 들고 문이 안 열리도록 못질을 했다. 인희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기어가 정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말렸다. 연수와 정수도 정철을 붙잡고 울며 말렸다.
이날 저녁 인희는 할머니 방에 가서 이불을 덮어주며 한참을 바라봤다. 그는 할머니로 인해 고생했던 자신과 가족들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그러더니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할머니를 죽이려 했다.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할머니인 만큼 이제 곧 죽게 되면 누가 할머니를 보살펴주나 하는 걱정과 가족들이 해야 할 고생스러운 일에 대한 우려가이 앞섰던 것. 이상한 소리를 듣고 들어온 연수는 정수와 정철을 불러 인희를 말렸고, 인희는 “나랑 같이 죽자.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라고 소리 지르며 울었다.
인희는 진정하고는 할머니의 몸을 씻겼다. 인희는 “어머니, 나 먼저 가 있을게. 싸우다 정든다고 나 어머니랑 정 많이 들었다. 친정엄마 일찍 가시고 애들 객지에 나가 있을 때도 늘 내 옆에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 아까 미안했어요. 그래도 내 마음 아시죠? 나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어머니 정신 드실 때 혀라도 깨물고 나 따라와. 더는 아범이랑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 나 먼저 가 있을게”라고 말하며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오열했다.
다음날 가족들은 인희의 역할을 나눠서 자기들이 맡기 시작했다. 정철은 할머니의 밥을 먹였고, 연수는 아침을 준비했다. 인희는 연수가 끓인 찌개를 먹어보며 “맛있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눈물을 머금고는 “연수야. 연수야. 자꾸 네 이름이 부르고 싶다. 난 연수 네가 정말 좋다”라고 말한 뒤 부엌을 벗어났다. 연수는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할머니를 양순에게 맡겨놓고 다 같이 차에 올랐다. 인희는 “나 바다가고 싶어”라고 말했고, 가족들은 그렇게 바다에 도착했다. 인희는 벤치에 앉아 “어머니도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 맨날 집에만 앉아계시는데. 당신한테 숙제만 안겨놓고 가네. 어머니 요양원에 모셔. 연수도 분가시킬 때 됐어”라고 조언했다. 정철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라고 말했다. 이어 주운 조개껍데기를 인희에게 줬다. 인희는 “여보. 나 당신 많이 좋아하고 많이 예뻐하고 사랑한 거 알지?”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는 정철은 눈시울을 붉혔다.
인희와 가족들은 바닷가에서 사진 찍고 추억을 남긴 뒤 이사 갈 집에 도착했다. 인희와 정수, 연수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기다렸다. 인희는 정수에게 “엄마 봐야지? 넌 이제 집에 가고 엄마는 집에 가면 돼. 엄마 다 쉬었다 싶으면 바로 갈게”라고 말했다. 인희는 “정수야. 나 누구야? 너 다 잊어버려도 엄마 얼굴도 웃음도 다 잊어버려도 네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건 잊으면 안 돼?”라고 말했다. 이어 흐느끼는 정수에게 반지를 준 뒤 “이거 나중에 아내한테 줘. 엄마가 아무리 뒤져봐도 줄 게 이것밖에 없다”라고 말한 뒤 정수를 차에서 내보냈다.
인희는 남아있는 연수에게 “엄마가 곧 정신을 놓칠 것 같아. 자꾸 가물가물해”라고 말했다. 이어 “연수 사랑한 거 알지?”라고 물었다. 연수는 “어. 나도 엄마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눈물을 오열했다. 그렇게 연수와 정수는 정철, 인희
남은 정철과 인희는 신혼여행 때처럼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정철이 밥도 해주고 차도 끓여주자 인희는 "향이 좋다. 꼭 우리 신혼여행 온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정철은 그런 인희를 위해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 마사지도 해주며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