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신인` 박정민은 자기 학대에 가깝게 치열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 I 강영국 기자 |
충무로의 ‘괴물신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배우, 바로 박정민(30)이다.
2016년 이준익 감독의 ‘동주’로 신인상을 휩쓸며 무서운 기세로 떠오른 그는 오는 17일 전작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뿐만 아니다. 2월에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으로, 이후 상반기에는 이준익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변산’으로 쉼 없이 스크린을 휩쓴다. 현재 ‘검은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를 촬영 중이며 ‘파수꾼’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에도 투입됐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맹활약 중이다.
“바빠도 너무 바쁜 게 아니냐”라고 인사를 건네니, “촬영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집에서는 제대로 휴식을 즐기지 못 한다”며 수줍게 웃는다. “집이 왜 불편한가?”라고 다시 물으니, “항상 불안하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불안하다니, 다시 되뇌어 봐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 박정민은 지쳐 있다면서도 "역시 현장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 I 강영국 기자 |
‘그것만이 내 세상’은 퇴물 복서 조하가 서번트 증후군에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동생 진태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병헌이 퇴물 복서를, 박정민이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동생 역할을 맡아 기대 이상의 케미를 보여준다. 형제의 엄마로는 윤여정이 나섰다.
“정말 하늘같은 위치에 계신 두 선배님들이 저를 후배라기 보단 동등한 동료로 대해주시는 걸 보면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았어요. 카메라 앞에서는 그저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팀으로, 제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아껴주셔서 그야말로 감개무량 했죠. 제겐 다소 어렵고 버거운 도전이었지만 선배님들이 계셔서 용기가 났고 마음껏 준비한 걸 펼쳐낼 수 있었어요.”
특히 형제로 함께 한 이병헌에 대해서는 더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원래부터 선배님의 열렬한 팬이었지만 함께 호흡하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더 존경하게 되고 더 좋아하게 됐다. 광팬이 됐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연기만으로도 조심스러운데 대역이나 CG 없이 피아노 연주를 해야 했던 그. 박정민은 “피아노만 배우는 걸로 해결이 안 됐다. 칠 때 손이랄지, 시선이랄지, 조금 다른 피아노 연주를 할 것 같았다”면서 “서번트 증후군을 갖고 있는 분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재능이 음악이라더라.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대로 친다든가. 그런 분들의 다큐와 영상을 참고했다. 6개월간 피아노를 끼고 살았고, 4개월간 그분들과 함께 하면서 정말 진심을 담았다”고 말했다.
↑ 박정민은 서번트증후군이 있는 피아노천재로, 또 한번 연기력을 입증한다. 사진|강영국 기자 |
“지난해 너무 정신없이 달려와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쉬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역시나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제 안의 고민은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부분이 아니어서 일로 풀고, 정면 돌파하고, 존경하는 선배님들을 보며 배우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해야죠.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도록, 만족할 수 있도록.(웃음)”
영화는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상처 입은 자들의,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지만 그저 우리들의 삶을 담기도 했다.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힐링을 줄 수 있는, 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게, 유쾌하고 즐겁게 무엇보다 아름답게 담아낸 휴먼 가족극이다.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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