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적 소재와 현실적 메시지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염력’이라는 초능력을 소재로 철거민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더니, 비겁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부성애’와 ‘정의감’으로 다시 태어난 슈퍼히어로를 등장, 짜릿한 쾌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연상호 감독의 기발함과 똑똑함에 우리는 또 한 번 빠질 수밖에.
지난 22일 전작 ‘부산행’으로 충무로를 놀라게 했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어제까진 평범했던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이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담는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 바로 염력이 생긴 것이다.
‘석헌’을 둘러싼 설정과 서사는 지극히 단순하고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만화에 가깝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리얼하고도 묵직하며 한국적이다.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며 철거민 문제 현실을 전면에 녹여내 가벼운 듯 전혀 가볍지 않은 연상호표 현실 판타지로 완성된 것.
특히 하루아침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석헌’을 연기한 류승룡은 깊은 내공과 특유의 위트, 친근함과 개성을 한 데 모아 캐릭터와 혼연일치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아빠가 세상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능력자가 됐을 때, 그것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따라가도록 제대로 흡입력 있는 연기를 펼친다.
그리곤 어느새 ‘만약 그 비극적인 순간에 저런 슈퍼히어로가 있었더라면’이라는 씁쓸한 상상과 함께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고, 보다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게 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는 1월 31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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