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진희는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으로 사랑 받았다. 제공| 제이와이드컴퍼니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반짝이는 눈망울에 작은 체구에도 까다로운 일을 척척 해내는 KBS2 드라마 '저글러스' 좌윤이는 배우 백진희(28)가 제 옷을 입은 듯했다. 백진희는 상사와 비서가 사랑을 이루는 오피스 멜로 드라마에 맞춤 배우였다. 직장인의 애환도 녹여낸 그는 '저글러스'가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내달릴 수 있게 했다.
"비서라는 직업이 상사를 서포트하지만, 좌윤이는 똑부러지고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았어요. 로맨틱 코미디 요소가 오피스 드라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염려하기도 했죠. 그래도 사랑 이야기가 잘 다뤄진 것 같아요."
백진희는 '저글러스' 촬영 2주 전 캐스팅이 확정됐다. 비중이 가장 큰 주인공이었지만 준비 시간은 길지 않았다. "비서에 관한 교육도 받고 책도 읽었어요. 전화 받는 방법이나 비서들의 힘든 점, 에피소드들도 참고했죠."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은 좌윤이 역할을 소화하면서 몸으로 익혔다.
백진희는 앞서 MBC '미씽나인', '내 딸, 금사월', '오만과 편견' 등에 출연했다. 남녀의 사랑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특정 상황을 풀어가는 드라마였다. 그는 '저글러스'가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을 다르게 했다. 그동안 캐릭터에 몰입했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장점을 꺼내놓으려고 했다.
"좌윤이는 감정에 솔직한 캐릭터였죠. 내숭 없이 마음껏 애교부려도 됐어요.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고 싶다고 말하면 되는 거였죠. 실제로도 솔직하고 애교도 많이 부리는 편이에요. 저와 비슷한 부분을 극대화하면서 편하게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통사과와 화재로 연달아 가족을 잃어 마음의 문을 닫은 남치원(최다니엘 분) YB 영상사업부 상무는 좌윤이와 만난 후 타인을 향한 벽을 허물었다. '저글러스'는 좌윤이의 만만치 않은 직장 생존기이자 남치원의 성장을 담은 드라마였다.
"최다니엘 오빠와 호흡은 잘 맞았어요. 저는 대본에 충실한 쪽인데, 오빠는 대본의 빈 것을 채워갔죠. 쉬는 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자주 봤는데, 중반부터는 남자 캐릭터가 살아야 한다고 느꼈어요. 여성 시청자들이 여자 주인공 입장에서 남자 주인공을 보는 듯하려고 했죠."
백진희는 방송 초반 다리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분량이 많고, 극의 초반이 중요한 드라마 특성상 촬영장은 비상이 될 법했다. 백진희는 "힐을 신어야 하는데 다리가 많이 부어 슬리퍼를 신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마지막회가 방송된 이후에야 물리 치료에 들어갔다. 주연을 맡은 책임감으로 버틴 것이다.
"20대 초반에 무모하게 도전했다면, 최근에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이 오랫동안 한 작품을 준비한다는 걸 알았죠. 제대로 하지 못할 작품이나 역할이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누가 되지 않고, 좋은 영향을 줄 때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다리 부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추위 속 야외 촬영을 견뎌야 했고, 연이은 촬영에도 지치지 않고 대본을 소화해야 했다. 백진희는 "얼굴이 지쳐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내가 놓치는 게 있더라도 상대 배우, 감독님 등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잡아줄 거라는 믿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저글러스'는 주인공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여성 직장인들의 고충을 담아 공감받았다. 의도치 않게 직장에서 오해를 받거나 비서라는 이유만으로 궂은일을 떠안는 좌윤이의 험난한 직장생활 때문이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좌윤이를 좋아하고 응원해주시는 글이 많더라고요. 공감을 잘 살리고 싶었어요. 응원하고 지지받는 캐릭터를 한 게 오랜만이네요. '이게 배우의 행복이지 않나' 싶죠."
백진희는 '저글러스' 촬영 전까지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주로 어두운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만나 견디는 데 힘을 쏟아서였다. '저글러스'는 백진희가 그동안 바랐던 드라마였다. 밝고
"드라마가 잘돼도 캐릭터가 외면받는 경우는 힘들더라고요. 왜소한 체구가 오히려 로맨스에는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검사 역할을 할 때는 외적으로 어리고 힘이 없어 보였죠. 왜소하고 작은 게 컴플렉스는 아니에요(웃음)."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