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항상 훅 하고 옵니다”
착하고 순수한 게 손해인 요즘 오랜 만에 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관객들을 찾는다. 뻔해도 따라갈 수밖에 없고, 눈물이 날 줄 알면서도 도무지 멈출 수가 없다. 영화 ‘덕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100여편이 넘는 작품을 해 온 국민 배우 이순재의 마음을 먹먹하게 적신, 영화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할배(이순재 분)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강직한 모습 뒤로 세월 앞에서 한 없이 작아져가는 우리네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불편한 치장과 쓸데없는 기교, 군더더기 없이 슬프지만 맑고 착한 영화로 완성된 것.
특히 이순재는 손주를 위해 모든 희생을 바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지만 결국 세월과 현실의 벽 앞에서 가장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하는 우리네 할아버지로 분해 또 한 번 경이로운 연기를 펼친다. 평범한듯 결코 평범하지 않은, 뜨거운 가족애와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를 가득 내뿜는 연기로 우리가 잊고 사는 무엇에 대한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작품에 담긴 감독의 애정 가득한 진심과, 국민 배우 이순재의 깊이감 있는 연기, 아역 배우들의 수순한 열정이 제대로 합을 이뤘다. 끊을 려야 끊을 수도, 선택할 수도 없는 핏줄과 뿌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상막한 우리 사회에, 화려한 작품들만 가득한 요즘의 극장가에 꼭 필요한 가슴 먹먹한 휴먼 가족 드라마
앞으로 인생에 닥칠 험준한 삶의 굴곡 속에서 이를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강인한 힘을 일깨우며, 언젠가 우리도 맞이해야 할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가슴 깊이 생각하게 끔 만드는, 따뜻한 눈물이 멈추지 않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국민배우 이순재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오는 4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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