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오락 액션 특유의 통쾌함과 짜릿함이 없다. 원재료도 부실한데 양념으로 쓴 B급 코미디와 블랙 코미디도 제대로 합을 맞추지 못하니, 힘 빠진 레이스가 될 수밖에. 좀처럼 공감이 가질 않는 캐릭터들을 작위적으로 엮은 데나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 고구마 전개까지 더해지니 진정 100분의 러닝타임이 길고도 길다.
반드시 돈가방이 필요한 7명의 꼬이고 꼬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머니백’이 지난 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뿐인 민재(김무열)은 엄마의 수술비가 필요하지만 양아치 사채업자(김민교)에 모두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포악함의 끝을 보여주는 사채업자 백사장 역시 이 꼬이고 꼬인 먹이사슬의 머리는 아니었다. 그 역시 선거를 앞둔 조폭 출신 문의원(전광렬)에게 불법 비리자금을 대줘야 하는 처지. 계속되는 전자 인생에 급기야 킬러(이경영)를 고용, 도박장에서 저당 잡은 최형사(박희순)의 총을 보내지만 택배기사(오정세)의 실수로 이 총은 킬러의 옆집 사는 민재(김무열)에게 전달되고 만다.
영화는 이처럼 돈가방을 차지하려는 얽히고설킨 7명의 남자들을 집중한다. 모두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돈가방, 하지만 뺏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누군가에 뺏기고, 먹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먹혀버리는 돌고 도는 돈의 법칙을 담는다.
꼬이고 엮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들의 전개가 보다 세련되게 오락적이었거나, 7명의 인물들 중 제대로 몰입 가능한 응원하고 싶은 호감 캐릭터가 있거나, 부폐 권력에 통쾌한 한방을 가하는 짜릿한 비틀기가 제대로 한방을 먹였거나. 뭔가 하나만 제대로 펀치를 날렸어도 좋았건만, 각 인물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피상적이고 이들이 엮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작위적이다. 중간 중간 가미된 코믹 요소는 일차원 적인 웃음에 그칠 뿐 다소 황당하고 마지막 반전 역시 지극히 뻔하다.
‘어머니의 수술비’라는 신파 소재로 이미 결말은 정해져있고, 이 같은 절박함만으론 모든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유 없는 폭력, 방어를 위한 폭력, 우발적 폭력, 막다른 골목에서 휘두르는 폭력, 그리고 희화된 폭력까지. 그저 폭력만 난무할 뿐이다. 이 이유 없는 폭력의 난무를 100분간 지켜보자니 후반부로 갈수록 통쾌함은커녕 답답함에 시간이 더디게 갈 뿐이다.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고아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까지 영화의 장르적 재미는 물론 멀티캐스팅의 힘을 제대로 발휘해 줄 명품 라인업을 갖추고도 제대로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비범한 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귀여운 ‘킬러박’ 이경영과 어떤 역할도 자신 만의 색깔로 소화해내는 ‘미친 존재감’ 오정세의 연기는 탁월하다. 고구마 전개 속에서도 가끔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는 바로 이들 덕분이다. 오는 4월 1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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