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남과 북이 하나 된 무대였다.
5일 오후 8시 지상파 3사를 통해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2018 남북평화협력기원 평양공연 ‘봄이 온다’가 공개됐다.
오프닝은 정인이 맡았다. 정인은 ‘오르막길’을 선곡, 폭풍 가창력을 선보였다. 북한 관객들은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정인의 열창을 경청했다. 곡 중간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정인은 곡을 마친 뒤 감격에 찬 표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인에 이어 무대에 오른 알리는 ‘펑펑’을 선보였고 이후 정인과 함께 ‘얼굴’을 불렀다. 두 사람이함께 부른 ‘얼굴’은 다수 관객에게 익숙한 곡인 듯 관객들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선곡, 열창했다. 평양 공연의 감격을 온몸으로 표현한 백지영은 혼을 담아 열창했고, 심금을 울리는 백지영의 노래에 여성 관객들 중 몇몇이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실향민 2세인 강산에는 부모님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자작곡 ‘라구요’를 불러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절절한 가사의 노래를 마친 강산에는 북한 관객들에게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는 기원을 전했다.
16년 만에 평양을 찾은 YB 윤도현은 "평양에 다시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덧붙여 “다시 만나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YB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나는 나비'로 분위기를 띄운 데 이어 마지막 선곡으로 '1178'을 택했다. 윤도현은 곡에 대해 "한반도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직선거리가 1178m"라고 소개하며 "적어도 다음세대에게는 전쟁의 불안함 아닌 평화를 선물하자는 메시지다.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멤버 조이가 빠져 4인조로 무대에 오른 레드벨벳은 '빨간 맛' 무대를 마친 뒤 "뜻 깊은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다.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앞으로 뵙게 되는 일이 더 많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번째 방북공연에 나선 최진희는 누구보다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최진희는 "2002년에 오고 또 왔다. 그 동안 정말 많이 오고 싶었다. 내 평생의 소중한 기억이 된 공연이다"라고 지난 방북공연을 떠올렸다.
이어 "이번엔 느낌이 또 다르다. 남과 북, 북과 남에서 내 노래를 사랑해 주는 게 감정과 정서가 이어지는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최진희는 자신의 히트곡 '사랑의 미로'와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를 열창,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선희는 'J에게', '알고 싶어요', '아름다운 강산'을 선보이며 판타스틱한 무대를 꾸몄다. 이선희의 뜨거운 열창에 관객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이선희는 "16년 전 평양 공연이 가슴 깊이 보물처럼 남아있었는데 두 번째 기쁨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공연 참여 소감을 전하며 "이번 공연이 이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모두에게 봄이 와서 더 많은 교류와 더 좋은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평양 단독공연을 비롯해 세번째 방북공연에 나선 조용필은 "2005년도, 13년 전에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그때 음악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했다"며 "그때보다 더 여러분들과 함께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조용필은 "현송월 단장의 감기에 화답하는 듯 감기에 걸려버렸다"고 밝히면서도 '그 겨울의 찻집',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며 가왕의 위용을 과시했다.
MC를 맡은 서현은 안정적인 진행으로 두 시간 여의 공연을 편안하게 이끌었다. 지난 2월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공연에 함께 했던 것을 언급한 서현은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이 오듯 지난 겨울의 약속을 봄에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새로운 희망의 새싹이 자라는 것 같다”고도 했다.
공연 말미에는 북한곡 '푸른 버드나무'를 선보였다. 앞서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공연에서도 특별 참여해 무대를 꾸몄던 서현은 이날 공연에서 유일하게 북한곡을 솔로 무대로 선보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서현의 무대 뒤에는 이례적으로 큰 함성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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