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를 강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여파가 상당한 가운데 방송제작 현장에서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긴다. 방송제작 인력 10명 가운데 9명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는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단체는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총 223명 근로자가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이 209명, 남성이 14명이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89.7%(200명)에 달했다. 유형별(복수응답)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가 70.4%(157건),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이 57.8%(129건),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도록 강요' 43.9%(98건) 순으로 조사됐다.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행위' 13.9%(31건), '성적 요구를 전제조건으로 고용, 평가 등의 이익을 제안하는 행위'는 4.5%(10건)로 나타났다.
특히 방송사 소속 임직원이 이 같은 성폭력 행위를 가장 많이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200명) 중 방송사 소속 임직원에게 성폭력을 당한 비율이 47%(87건), 이어 방송영상제작사 소속이거나 계약관계를 맺은 임직원 35.7%(66건), 부문별 용역업체 소속이거나 계약관계를 맺음 임직원 7.6%(14건), 연예인 등 출연자 5.4%(10건) 등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행위자 성별 별로는 남성 94.9%(188건), 여성 5.1%(10건) 등이었다.
이 같은 피해는 회식자리에서 가장 많이 이뤄진 것(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200명 중 89명, 44.7%)으로 나타났다. 개방된 방송제작 현장이 24.1%(48명), 밀폐된 방송제작 현장 8.5%(17명), 사적인 장소 6.5%(1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200명) 중 대다수(156명, 80.4%)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직접 성폭력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한 비율은 5.2%(10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 밖에 응답자들은 사내 창구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상급자나 동료와 면담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을 당하고도 참고 넘어간 156명 중 57.7%(90명, 중복투표)은 고용형태 등 신분상의 열악한 위치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문제제기를 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참고 넘어갔다는 비율은 55.8%(87명)이었다.
한편 방송계갑질119,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스태프노조)는 이날 실태조사 결과와 함께 성폭력 사례 일부를 공개했다.
방송사 직원 A씨는 "회식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선배 PD가 같은 방향이니 함께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고 해당 PD는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졌다"며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집까지 바래다준다고 붙잡더니 골목길 같은 데에서 어깨, 허리를 만지고 심지어 뒤에서 가슴을 움켜쥐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술자리에서 부장님들 옆은 어린 막내 작가가 앉아야 한다고 옆에 앉히고, 회식 때 막내들한테 춤추게 했다. 회식 때 메인 PD가 막내 작가한테 강제로 손잡고 뽀뽀하고 모텔 가자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50대 남성 공중파 제작PD가 20대 후반의 여성 서브작가의 가슴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움켜쥐었다. 서브작가는 그날 이후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갔지만 가해자는 아무 징계도 받지 않았다"는 제보가 이어져 충격을 안겼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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