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원에게 배우의 길이란 운명과도 같았다. 제공 I 씨네그루 |
“배우의 길이요? 수없이 후회했고 포기했던 적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행복’을 떠올리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답은 ‘연기’더군요. 원하고 잘하고 싶은 만큼 늘 두렵죠.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까봐서요.”
‘신스틸러’ 김희원(47)은 행복하다. 동시에 괴롭다. 배우여서 좋지만 배우여서 힘들다. 때려치우고 싶고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결국은 다시 돌아온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연기’는 그에게 그런 거란다.
스릴러 영화 ‘나를 기억해’로 관객과 만난 김희원은 개봉전 스타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너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빠듯하게 촬영해 혹시나 욕을 먹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완성본을 보고 안도했다. 재미와 메시지가 잘 녹아들어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 진정한 대세가 아니냐”라는 인사에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칭찬해 주셔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 생각처럼 ‘짠!’하고 변한 건 없다. 영화 ‘아저씨’ 때도 하도 주변에서 바람을 넣어 대박날 줄 알았는데 별거 없더라. 오히려 ‘이건 내 길이 아닌가’ 싶어 슬럼프만 더 심하게 찾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의외의 고백이었다. 기막힌 연기력을 지닌 데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찾아온 전성기가 아닌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할 것 같은 그에게,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더니, “수없이 후회하고 도망치다가도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열심히 했고, 주변에서도 잘했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달라진 게 없을 때나 여전히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때, 현실적 어려움 등으로 실망할 때가 많았다”는 그는 “이렇게 살다간 미래가 너무 암울하겠다 싶어 호주로 덜컥 떠나기도 했다. 연기를 포기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연극을 하면서 너무 힘든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후회도 되고 두렵기도 했어요. 매일 ‘그만둬야지’라는 생각도 했고, 모든 게 지겨워 호주로 2년간 떠나 폐인처럼 살았죠. 안 해 본 일이 없었는데 호주로 공연 온 후배들을 보면서, 그들의 공연장을 페인트칠 하면서 ‘이왕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한다면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연기였고, 미치도록 싫은데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게 연기였으니까요.”
그렇게 긴 시간 후회와 행복이 교차하는 가운데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주연을 맡았기에 의미도 남다를 터. 소감을 묻자, “이번에도 난 주인공이 아니다. 이유영씨가 주인공”이라고 공을 돌리며 호탕하게 웃는다. 김희원은 "여전히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며 "한 때는 ‘아저씨’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고 어떻게든 저를 기억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아요. 물론 그걸 뛰어 넘는 또 다른 인생작, 인생캐릭터를 만
김희원, 이유영 연기파 배우가 호흡을 맞춘 영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는 충격적인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교 여교사 ’한서린’(이유영)의 악몽보다 더 끔찍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소년 성범죄와 SNS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소재로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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