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봄이 활동 중단의 계기가 된 과거 마약 밀반입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마약을 한 적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 다시 가수로서 대중 앞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시사했다.
박봄 논란은 지난 24일 방송된 MBC ’PD수첩’ 정치 검사 편에서 거론되며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2010년 미국에서 암페타민을 밀반입해 적발됐으나 이례적으로 ’입건유예’ 처분을 받게 된 데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에서다.
’PD수첩’은 박봄의 사례가 이례적인 사건인 건 사실이라는 법조계 전문가 인터뷰를 내놓으며 박봄 사례의 특수성을 재차 확인시켰다. 하지만 박봄은 이후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마약을 한 적이 없다며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박봄은 인터뷰를 통해 암페타민을 들여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자신이 ’ADD(주의력 결핍증, Attention Deficit Disorder)’라는 질환을 앓고 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봄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라, 맞는 약이 없어서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약을 먹고 있다. 맞는 약이 아니다 보니 병을 버텨내기가 힘들다"며 "아데랄(Adderall, 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된 혼합제제)을 들여오다가 마약 밀수범이 됐다. 미국에서는 나 같은 병의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약이다. 반입 과정에서 일정정도 제 무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이 약을 100% 암페타민이라고 얘기하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4년 전 입건유예 처분을 받은 사건이 최초 보도된 2014년 당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뒤에 숨었을 뿐, 직접 해명하지 못했던 배경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병(박봄은 ’진실’이라 표현했다)을 말하는 게 더 무섭고,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마약 밀수’ 타이틀보다 병을 고백하는 게 두려웠다는 것.
하지만 박봄은 "’PD수첩’ 방송 후 가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그는 "더이상 오해에 주눅이 들어 내가 가장 하고 싶고 가장 잘 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나 때문에 맘 고생한 부모님에게 가수로 재기해 성공해서 큰 빌딩을 사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박봄은 차마 소속팀(2NE1) 멤버들에게도 말 못 할 은밀한 개인 사정으로 인해 취한 행동이 범법 행위에 해당돼 졸지에 ’마약 밀수범’이 된 셈이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박봄 자신뿐 아니라 한창때를 달리던 2NE1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고, 2NE1은 끝내 2년 뒤 해체 수순을 밟았다. ’오해’가 불러온 처참한 결과가 처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허심탄회한 해명에도 불구, 대중은 여전히 박봄이 해당 약물을 젤리로 위장해 들여온 행위에 대해선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당시 검찰이 박봄에게 내린 처분이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 형평성에 맞지 않다 여겨질 정도로 이례적인 처분이었던 탓에 뒷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봄이 가수로서 마지막으로 섰던 공식 무대는 2015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2015 MAMA’였다. 당시 무대가 컴백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냐는 관측도
같은 사건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뒤로 숨어버렸던 당시와는 달리 정면 돌파를 선언한 박봄. 과연 그는 ’마약 밀수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가수로 재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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