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던 홍상수·김민희 커플의 '클레어의 카메라'가 국내 개봉과 함께 사라졌다. '어벤져스3'의 광풍으로 극장가가 초토화된 가운데 거장 홍상수 역시 맥없이 고꾸라졌다. 아니, 더 심하게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클레어의 카메라'는 지난 29일 기준 누적 관객수 4,590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5위에 링크됐다.
이전에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자체가 박스오피스 순위나 관객수를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지만 이번에는 대중뿐만 아리라 영화계의 관심 밖으로도 멀리 밀려난 모양새다.
여기의 이들의 신작 '풀잎들'까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 받지 못하며 해외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가운데 당분간 두 사람은 오로지 사생활을 통해서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한편 지난해 칸에서 촬영돼 1년 후 칸에서 공개된 뒤 (현지에서) 극찬 사례를 받은 ‘클레어의 카메라’는 러닝타임이 한 시간을 조금 넘는 69분의 소소한 영화.
영화사 직원으로 일하는 만희(김민희)는 칸영화제 출장 중 대표 양혜(장미희)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는다. “순수한 줄 알았지만, 그것이 정직을 담보로 하진 않더라”라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말 해 줄 수도, 중요하지도 않지만 자신이 판단하기에 너(만희)는 부정직하다는 것. 그리고 파리 출신 교사인 클레어는 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와중에 만희와 그녀를 해고한 대표 양혜를 만나며 완수와도 대화를 나눈다.
관객이 직접 현장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훔쳐보는 듯, 홍 감독 특유의 카메라 워크나 주변 소음까지 그대로 날것으로 담아내는 꾸밈없는 촬영 기법은 이번
두 사람을 둘러싼 모든 구설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세밀하게 뜯어본다면 꽤 신선한 대목과 즐길거리가 있는 작품이지만 역시나 그러한 애정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예견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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