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린 개막작 ‘야키니쿠 드래곤’의 정의신 감독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그였다.
전주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늘(4일),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둔 정 감독을 만났다. 온화하고도 소박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와 인사를 나눈 그는 “과연 이 작은 영화를, 어쩌면 잊혀져가는 재일동포의 이야기에 관객 분들이 관심을 가져줄지 걱정이 됐는데 이렇게 너무 큰 호응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너무나 감격스럽고 마음이 뭉클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야키니쿠 드래곤’은 한 재일동포 가족의 치열하고도 애달픈 이야기를 따뜻하고도 진한 가족애로 풀어낸 작품. 1970년 전후 오사카 박람회가 열리던 시대에 공항 근처 마을에서 곱창구이 집을 꾸려나가는 재일동포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통의 트라우마가 있는 자이니치 마을의 한 가족과 이웃들의 삶 속에서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모든 과정을 떠들썩하게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생생한 활력을 담아낸다.
이어 “연극을 만들 때만 해도 관객들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줄지 정말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한일 양국에서 너무나 진심어린 응원과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고 영화 역시 이렇게 의미 있는 영화제의 개막식에 초청되고 어제 관객들도 많이 호응해주셔서 감격스러웠다. 모든 게 예상을 뛰어 넘었다”며 거듭 놀라워했다.
재일동포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며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정의신 감독. 이번 영화는 그가 직접 쓴 희곡이 원작이며 한국 예술의 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해 연극으로 만들어져 2008년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수차례 공연돼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영화에서는 교포 1세대인 아버지 ’용길’(김상호 분)과 어머니 ’영순’(이정은)이 열연했고, 2세대인 세 딸들과 막내 아들은 일본 배우들이 맡아 좋은 연기를 보였다.
정 감독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상호 그리고 이정은 배우의 역할은 정말이지 컸다. 절대적이었다”면서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신뢰가 정말 두터웠고 일본 배우들 역시 이들과 좋은 합을 이뤄 가족처럼 지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그 교감의 깊이는 커져갔고 헤어질 땐 정말 가족처럼 아쉬워했다. 너무나 행복하고 고마웠던 경험”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극에 이어 영화로는 데뷔작인데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 후속작에 대한 질문을 많은 분들이 하시는데 이 감사한 마음을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더 부담감이 있다. 신중하게 결정해 꼭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좋은 작품으로 다시금 만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와 함께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적어도 일년에 한 번은 연극 무대를 올리고 싶다. 오는 12월 그런 기회가 찾아올 것 같아 개인적으로 굉장히 설렌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막이 오른 전주영화제,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12일까지 충분하게 즐겁고 따뜻하게 영화를 즐기시고, 전주의 매력에도 푹 빠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게 이런 감사한 기회
한편, 정 감독의 ‘야키니쿠 드래곤’으로 포문을 연 전주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개최된다. 폐막작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번째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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