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판사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미스 함무라비’ 열혈 초임판사 고아라의 고군분투기는 짜릿했다. 아직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 무모한 용기만으로도 감동이었다.
29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 제작 스튜디오앤뉴) 4회에서는 박차오름(고아라 분)이 조직 내 불의에 맞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박차오름은 배석판사들의 인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벽에 부딪히고 위기에 빠진다. 그래도 침묵을 강요하고 불의를 외면하는 조직에 맞서는 박차오름의 고군분투하는 뜨거운 용기는 시청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이날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민사 49부’의 홍은지(차수연 분) 판사는 임신 초기였음에도 성공만을 위해 배석 판사들을 비인간적으로 쥐어짜던 부장판사 성공충 때문에 엄청난 업무량을 묵묵히 소화해냈다. 성공충은 후배 판사의 의견을 제 것인 것처럼 학술지에 발표하고, 조정률 1등을 위해 반 공갈협박을 일삼는가 하면 퇴근 후에 배석 판사실에 불이 켜져 있는지 감시까지 했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 성공충은 작은 실수에도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주며 몰아붙였고, 홍은지는 죽음까지 고민할 정도의 번아웃 상태가 됐다. 끝내 하혈을 하고 쓰러진 홍은지는 결국 아이를 잃고 말았다.
박차오름은 분노했다. 그리고 성공충 부장을 징계하라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리기로 결심했다. 이 사실을 안 한세상(성동일 분)은 “이 방을 나가면 나를 부장으로 인정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막아섰지만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무모한 박차오름의 용기는 현실 앞에 가로막혔다. 동료 판사들이 서명을 해줄 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박차오름을 이번에는 임바른(김명수 분)이 막아섰다. 임바른은 “판사는 법대로 할 때 가장 힘이 있다”며 판사 회의 소집을 제안했다.
조직의 부당함에 맞서 내 일처럼 뛰어드는 박차오름은 완벽하지 않다. 실수도 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추진력과 행동력, 정의감으로 힘 있게 달려 나가는 박차오름과 모든 일을 법과 원칙대로 추진하는 임바른이 꼰대들의 세상에 날릴 통쾌한 반전을 기대케 했다.
경직된 조직문화는 비단 법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어디에서나 있음직한 이야기다. 현실에 발을 디딘 이야기는 공감과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열혈 초임
한편, 직장 내 성희롱 등 현실을 반영한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로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에 오른 ‘미스 함무라비’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