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 중 날아든 하얀 나비(원 안). 객석에선 순간 탄성이 터졌다. 사진|강영국 기자 |
믿기 어려웠지만, 그것은 하얀 나비였다. 고(故) 앙드레 김을 그리워하는 추모 패션쇼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위로 하얀 나비 한마리가 날아 들었다. 런웨이 바로 앞에서 쇼를 보고 있던 기자도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어디서 날아온 하얀 나비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앙드레 김이 나비로 온 것일까' 하는 판타스틱한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기자만 그런게 아니었다. 객석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이상봉, 장광효, 신장경, 황재근 등 국내 대표 남자 디자이너들도 웅성거렸다. "세상에, 앙드레 김 선생님이 나비로 돌아오셨나보다!"
↑ 오지호, 김효진이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에서 이마키스를 연출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 오지호, 김효진의 순백 웨딩 의상. 사진|강영국 기자 |
역시나였다. 하얀 나비는 8년만에 화려하고 환상적인 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다시 마주하며 가슴에 찡해진 관객들에게 날아온, 믿기 힘든 화룡점정의 감동이었다.
앙드레 김은 국내 패션디자이너 중 보기 드물게 대중에 친숙한 유명인사였다. 딱 보면 앙드레 김 의상인 줄 아는 그만의 문양 등 상징이 들어간 섬세하고 아름다운 의상에, 패션쇼 무대에는 항상 당대 톱 모델과 연예 스포츠 스타들이 올라 화제를 몰고 다녔다. 앙드레 김의 트레이드마크인 흰 옷과 특유의 화법, 억양은 성대모사 및 개그의 단골 소재로도 쓰여, 그를 모르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뿐인가, 하와이에서 캄보디아까지 세계를 다니며 패션쇼를 선보여 한국 패션을 알렸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일도 누구보다 먼저였다.
↑ 허정민, 오지호, 정은우(왼쪽부터) 등이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를 빛냈다. 사진|강영국 기자 |
↑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를 빛낸 박영선, 율라 등 반가운 얼굴들. 사진|강영국 기자 |
객석에는 고인을 늘 그리워해온 이들이 달려왔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송상현 회장, 친선대사 장사익 등 관계자, 대한민국 1호 여류비행사 김경오 항공회 총재, 국내 대표 남성디자이너들, 디자이너 이광희, 재즈가수 윤희정 등 한걸음에 달려온 이들은 늦어서 더 반갑고 소중한 쇼를 보며 박수치고, 웃고, 뭉클해 했다.
↑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 피날레. 사진|강영국 기자 |
↑ 고 앙드레 김과 아들 김중도 대표. 사진|강영국 기자 |
이날 패션쇼를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킨 슈퍼모델 입상자 모임 아름회 김효진 회장은 "쇼가 성사된게 꿈만 같다"며 함께 해준 선후배 모델들과 스태프들에게 고마워 했고, 김중도 대표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다음 패션쇼"를 기약했다.
1935년생인 고 앙드레 김은 1962년 ‘살롱 앙드레’를 열어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해 평생 한 길을 걸었다. 고인은 패션과 대중문화의 접목을 통해 패션한류, 대중문화 한류를 개척한 한류 아티스트였다. 한국 패션과 대중문화를 세계에 알린 공을 인정받아 타계 직후 대한
족적에 비하면 너무 늦은 추모 패션쇼.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 어렵사리 마련된 추모의 자리였던 터라, 그만큼 더 가슴 뭉클했다. 모두의 마음이 가 닿았을까. 하얀 나비는 그래서 모두에게 '앙드레 김의 환생'으로 보였고, 믿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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