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이 50만대에서 차트 아웃될 전망이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화제의 중심이었던 해외에서의 온도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관객의 무관심 속에서 썰렁한 퇴장을 하게 됐다. 분명한건 작품 내‧외적으로 많은 질문거리를 남긴 작품이라는 것.
최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버닝’의 누적관객수는 50만 3,948명.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로 폭발적 관심을 모은 영화는 아쉽게도 무관으로 돌아와 국내 관객들과 조우, 더 씁쓸하게도 개봉 첫날을 제외하고는 줄곧 5위권을 웃돌다 6월에 접어들어 7위권으로 하락, 결국 차트 아웃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같은 흥행 성적은 예술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예상보다는 한 없이 초라한 성적표. 칸에서 돌아온 뒤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은 각종 무대 인사 및 언론 인터뷰, 관객들과의 대화 등을 진행하며 열심히 소통에 나섰지만 좀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여기에 난해하고 복잡한 질문거리를 던지는 장점을 지녔지만 그 질문을 풀고 싶을만큼의 매력적인 흡입력을 지니지는 못 했다는 반응 또한 적지 않다.
소위 ‘예술 영화’라 불리고 있지만 80억 원이나 쏟아 부은 ‘버닝’의 손익분기점은 250만 명. 이 추세대로라면 ’버닝’은 손익분기점은 커녕 그 절반도 채우지 못할 예정이다. 해외 세일즈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체면을 살렸지만.
작가가 꿈이지만 생활고에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종수(유아인)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해미(전종서)를 만나면 생각지 못한 불꽃에 휩싸인다. 그들의 지난 행적과 사연을 알지 못하지만 해미는 500만 원의 카드빛 때문에 집에서 가출한 상태고, 꿈을 위해 이런저런 알바를 전전하는 종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됨으로 인해 글을 쓸 열정은 아예 잃어버린 듯하다. 확고한 꿈은 있지만 이 세상에선 길을 잃은 듯 보이는 두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 바로 ‘버닝’이다.
그리고 이들 앞에 나타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소위 말하는 ‘다 가진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이다. 종수는 부러움과 경멸과 동경과 질투 등 온갖 감정이 뒤섞인 채로 그를 바라보게 되고, 급기야 그의 비밀스럽고도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된다.
영화 곳곳에는 청춘에 대한 감독의 애착과 위로가 짙게 묻어있다. 다소 난해하긴 하지만 혼란한 사회 속 불완전한 청춘이 겪는 더 큰 혼란과 분노, 좌절이 농도 짙게 녹아있다. 하지만 강렬한 분위기와 이미지, 문제의식에 비해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은 다소 일차원적이고 올드하다. 이 감독 특유의 사회 문제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어떤 위로 방식이 ‘청춘’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다소 썩 매력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종수의 낡은 포터와 벤이 몰고 다니는 포르쉐로 선명하게 구현되는 일차원적인 대비라던지 ‘혼란을 겪고 있는 청춘’을 설명하기 위한 각종 과부화된 설정, ‘흙수저’, ‘청년실업’, ‘루저’ 등 이미 수차례 그려져 온 사회 키워드를 한층 더 나아가거나 새롭운 방식으로 깊이 있게 입혀내지 못한 점 등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모두가 공감할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보게끔 만드는 나아간 무언가는 없다는 것. 원작 소설을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특히 그것을 우리의 사회 문제와 연결 시켜 어떤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면 요즘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에, 고민에 먼저 깊이 귀를 기울였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단순히 ‘칸 무관’, ‘마블 히어로의 강세’, ‘주연 배우들을 둘러싼 논란’ 등 작품 외적인 것에서만 흥행 실패의 요인으로 꼽기엔 내적으로도 적잖은 물음표가 많이 남는 작품이다. ‘거장’이라는 빛나는 이름값에 쏠린 높은 기대치 또한 감수해야할 피할 수 없는 굴레이자 영광이 아닌가.
알려진 ’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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