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피할 수 없어”…‘허스토리’, 실화로 전하는 뜨거운 외침(종합)

↑ ‘허스토리’ 김희애 김해숙 사진=MK스포츠 옥영화 기자

[MBN스타 김솔지 기자] 영화 ‘허스토리’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이야기를 들고 극장가를 찾는다.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허스토리’ 언론시사회가 진행된 가운데, 이날 현장에는 배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준한과 민규동 감독이 참석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민규동 감독은 관부 재판의 소재가 영화화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90년대 초반에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멩이를 안고 살았었다. 10년 전부터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했었다. 여러 시선 속에서 좌절했었지만 도저히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부끄러워서 만들게 됐다”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혀 몰랐던 관부재판을 알게 됐다. 이 외에도 많은 재판이 있었지만 작은 승리의 기록이 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들여다보니 작은 승리 안에 다른 큰 서사가 있다는 걸 알게 돼 과감히 영화화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애는 관부 재판을 이끄는 원고단의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극중 일본어와 부산 사투리를 소화했던 점에 대해 “사실 부산 사투리는 겁이 안 났었다. 일본 사투리만 걱정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산 사투리가 저한테는 더 큰 압박이었다. 웬만하면 어미 처리만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한 문장에도 억양이 있고, 저는 괜찮은 거 같은데 고향이신 분들은 절대 아니라고 해서 자면서도 계속 들었다”고 털어놨다.

↑ ‘허스토리’ 민규동 감독 사진=MK스포츠 옥영화 기자

이어 김희애는 “어쩌면 보통의 스토리였다면 이만하면 됐다 하고 포기했을 텐데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면 될 수 있는 건데, 가짜처럼 보이면 극 전체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 부산 사투리 선생님과 매일 만나서 연습했다”면서 “선생님과 미국에서도 계속 통화하고 그분하고만 통화하면 한정될까봐 그분의 이모, 이모들의 친구, 그분의 친구, 아버님, 모든 분들과 여러 버전으로 통화했었다”며 “그래도 부산 분들이 들으면 어색하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해숙은 과거를 숨긴 채 아들과 함께 힘들게 살아 온 위안부 피해자 배정길 역을 연기했다. 그는 ‘허스토리’를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그 분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겁 없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그분들의 아픔의 깊이를 조금도 알 수 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갈 수 없다는 두려움에 고통스럽고 힘들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어 “제 자신을 내려놓고, 비우고, 하얀 백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래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한테는 힘든 작품이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동료 배우들도 너무 뜨거운 마음으로 임했고, 감독님도 그런 저의 마음을 아시고 많이 보듬어 주셔서 하루하루 잘 버텨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녀는 “위안부 문제를 마주했을 때 늘 피하고 싶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면서 “막상 대본으로 읽으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건 내 문제고, 우리나라의 문제고 우리의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내가 연기한다고 하기 보단, 더 이상 문제만 삼지 말고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김준한은 ‘박열’에 이어 이번 ‘허스토리’까지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한 소감으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게, 한편으로는 부담이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가 괜히 해서 폐를 끼치면 어쩌나 싶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요청을 해주신 건 영화의 일원으로서 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 용기내서 참여하게 됐다”며 “보니까 작지만 열정 있는 많은 힘들이 모여 좋은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희애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누군가의 엄마나 이모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기 인생을 열심히 찾아가는,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런 역할을 주신 감독님께 감사해 신나게 촬영했다. 그런 점에서 ‘허스토리’는 차별화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여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더불어 김해숙은 “이번 영화를 보고 관부재판에 대해 처음 알게 돼 부끄러웠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실화를 알아가셨으면 좋겠다. 또 그분들의 뜨거운 용기를 함께 나눠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그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허스토리’는 오는 6월 27일 개봉한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