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김명수가 아버지와의 벽을 허물고 한 발 성장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 제작 스튜디오앤뉴) 7회에서는 재산을 둘러싼 형제들의 치열한 재판이 열렸다. 이를 통해 가족을 돌아보게 된 임바른(김명수 분)의 모습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재산 앞에서 피를 나눈 형제라는 사실은 무의미했다.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서로를 힐난하는 모습을 보며 임바른은 “인간의 본성에 맞게 행동하는 것. 냉정하게 법적인 결론만 내리면 된다”라고 했지만, 박차오름(고아라 분)과 한세상(성동일 분)의 생각은 달랐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
이에 판결을 내리지 않고 조정을 하기로 했지만, 형제들은 서로를 향한 비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지긋지긋한 싸움에 지친 임바른은 “이 사건을 붙들고 있는 건 시간 낭비. 가족이라는 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평생을 아웅다웅하며 가족 행세를 하는 것”이라며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일관했다.
임바른에겐 가족이란 그런 것이었다. ‘형제의 난’ 재판이 진행 되면서 임바른은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세상을 바꾼다는 명목 하에 가정에 소홀한 아버지를 대신했던 어머니. 생계를 위해 친정에 찾아가 돈을 빌리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외삼촌의 싸늘하고 매몰찬 반응뿐이었다. ‘가족’이라는 건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라는 것. 더군다나 돈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임바른은 너무 이른 나이에 알게 된 것이다.
그랬던 임바른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다.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상처와 행복을 나누고 있는 박차오름과 시장 이모들이 보여준 ‘진짜’ 가족의 모습과 홀로 남겨진 아이를 양자로 키워준 아버지와 재산이 목적이 아닌, 그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초라해진 아버지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막내아들의 모습은 임바른을 포함해 시청자들에게도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보여주며 큰 울림을 선사했다. ‘가족’은 피를 나눈다고 완성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품어주고 이해하다보면 어느 덧 가족이 된다는 것.
이번 재판을 통해 임바른은 아버지를 향한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재판 이후 임바른은 어머니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었고 돌아오는 건 의외의 대답들뿐이었다. 너무도 싫었던 아버지의 보조배터리가 사실 'RH-' 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언제든 달려가기 위한 것이었고, 아버지의 혼외자식인 줄 알았던 꼬마 아이도 아끼던 후배의 자식이었다는 것. 오랜 시간 임바른을 둘러싸고 있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스스로 원망 안에 갇혀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임바른의 작은 성장의 순간이기도 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민사 44부’와 함께 판사로서의 성장도 이루고 있지만
한편, ‘직장 스트레스 우울증’ 사건과 양육권 항소 재판이 그려질 ‘미스 함무라비’ 8회는 18일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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