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라이프 온 마스’가 첫 방송부터 리메이크의 진수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장르물의 명가 OCN과 이정효 감독의 만남은 역시 옳았다.
OCN은 ‘나쁜 녀석들’, ‘보이스’, ‘터널’, ‘작은 신의 아이들’ 등 참신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장르물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장르물의 명가 OCN이 야심차게 내놓은 기대작답게 ‘라이프 온 마스’(극본 이대일, 연출 이정효)를 향한 반응이 뜨겁다. 첫 방송부터 디테일 다른 리메이크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드라마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
한국적 정서를 잘 살리면서도 원작의 디테일은 놓치지 않는 이정효 감독의 노련함이 성공적인 로컬라이징(현지화)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지난 2016년 국내 최초의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작인 ‘굿와이프’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잡으며 대표적 성공사례를 남긴 이정효 감독. 이번 ‘라이프 온 마스’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며 또 한 편의 웰메이드 리메이크 작품을 탄생시켰다.
원작 ‘라이프 온 마스’는 영국 BBC가 지난 2006년 인기리에 방영한 작품으로 수사물 가운데 수작으로 손꼽힌다.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오가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소재와 탄탄한 작품성을 바탕으로 미국, 스페인, 러시아, 체코 등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돼 인기를 끌었다. 국내 드라마 팬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작품으로 OCN이 리메이크한다는 소식 자체가 기대를 모았다.
‘라이프 온 마스’를 향한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첫 방송 이후 원작 특유의 감성을 유지한 채 한국적 특성을 잘 녹여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유명 원작을 리메이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미국, 영국 등 정서적 차이가 큰 문화권의 드라마를 이질감 없이 현지화하는 것은 승패의 관건이 된다. 자칫 원작의 색을 잃어 팬들의 원성을 자아낼 수도, 정서적인 부분의 현지화에 실패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의 장점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국내 정서에 맞는 섬세한 현지화까지 성공하며 완성도와 차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원작의 큰 틀 안에서 88년의 시대적 분위를 완벽하게 녹여내 완성도를 높였고, 유쾌하고 화끈한 복고수사에 쫄깃한 연쇄살인 미스터리까지 가미해 차별화된 재미까지 선사했다. 무엇보다 원작 드라마 팬들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고, 원작을 몰랐던 시청자까지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로 매료시켰다. 방송 직후 쏟아지는 호평과 더불어 원작 드라마까지 다시 주목받는 등 뜨거운 반응을 실감케 했다.
‘굿와이프’에 이어 ‘라이프 온 마스’까지 성공적인 현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에 대해 이정효 감독은 “좋은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늘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며 “원작의 핵심은 계승하고, 정서는 100% 한국 사람에 맞게, 감정선은 그걸 만들어가는 배우에게 일임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선과 결을 잘 맞추어가는 것이 공감대가 큰 리메이크 드라마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원작을 아끼는 팬들을 위한 오마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굿와이프’와 ‘라이프 온 마스’의 일부 장면을 원작과 동일하게 그린 것도 이러한 지점이라 덧붙였다.
‘라이프 온 마스’가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비결은 수사물 특유의 긴장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꿈인지 현실인지 의심하게 하는 독창적 설정에 있다. OCN의 ‘라이프 온 마스’ 역시 감각적인 연출로 원작이 가진 독보적인 분위기를 더욱 새롭고 완벽하게 구현했다.
원작에서 2006년 맨체스터 경찰청 소속의 샘 타일러는 실종 사건을 조사하다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1973년에 깨어난다. 그가 처음 눈을 떴을 때 자동차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바로 당시를 대표하는 히트곡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다. 이 곡은 화성에 떨어진 것처럼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설정은 한국판에서도 결을 같이 한다.
OCN ‘라이프 온 마스’는 1988년 후반으로 시계를 돌린다. 서울 올림픽 준비로 들썩이고 ‘수사반장’ 시그널이 울려 퍼지던 1988년은 미래의 희망과 아직은 어설픈 현실이 공존했던 시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기를 브라운관으로 옮겼다. 하지만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와 감성은 고스란히 가져왔다. 한태주가 2018년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다 쓰러지기 직전 자동차에서 흘러나온 노래 역시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다. 하지만 1988년에 눈을 뜬 한태주 위로 흐르는 음악은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로 어느새 바뀌어 있다. 이 절묘한 변주는 이정효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명장면. 이정효 감독은 “꿈과 현실 사이의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고 새로웠다. 이런 설정은 원작의 철학적 메시지도 담고 있는데, 한태주가 과거로 넘어가는 장면은 원작과 최대한 비슷하게 찍어 특유의 분위기를 녹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대일 작가를 포함 제작진과 함께 기획 단계부터 굵은 뼈대는 가지고 오면서도 디테일은 가장 한국적인 색채와 에피소드로 채웠다. 리메이크의 성패는 국내 시청자와 정서적 교감에 달려있다. 제작진은 통반장의 인맥을 활용하고 맨발로 뛰는 거칠지만 인간미 넘치는 복고 수사를 극의 또 다른 축으로 세우면서 현지화를 정교하게 설정했다. 한태주를 만나면서 유기적으로 변화해갈 복고수사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로서 생명력을 갖는 동시에 차별화된 꿀잼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80년대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각색한 에피소드 역시 원작과는 또 다른 긴장감과 공감을 자아낼 예정이다. 영원한 수사반장 최불암, 박남정의 ‘널 그리며’,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인물은 물론 음악, 의상, 대사 톤까지 살린 깨알 같은 디테일에도 한국적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여기에 이정효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정서적 현지화는 정경호, 박성웅, 고아성, 오대환, 노종현 등 내공 탄탄한 배우들을 만나 방점을 찍었다. 이들의 재해석으로 탄생시킨 ‘쌍팔년도 복고수사팀’의 캐릭터들은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극의 설득력과 리얼리티를 불어넣으며 힘을 실었다.
한편, 9일 첫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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