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로 출발했던 ‘마녀’(감독 박훈정)이 이틀 만에 박스오피스 왕좌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그동안 줄곧 1위를 차지했던 ‘탐정: 리턴즈'(이하 '탐정2')를 꺾고 본격적인 흥행 레이스의 시작을 알린 것.
29일 오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녀’(감독 박훈정, 제작 (주)영화사 금월)는 지난 28일 9만4천415명을 모으며 누적관객수 241만533명을 기록했다. 11일 연속 1위였던 '탐정2'는 같은 날 6만8천150명, 누적관객수 241만533명을 동원하며 2위로 밀려난 가운데 주말을 맞아 ‘마녀’는 본격적인 관객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마녀’는 ‘신세계’ ‘대호’ ‘브아이아이피’ 등 극한의 남성적 영화를 만들어 온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자 그의 첫 여성 액션물이다. 애초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겠다는 의지 보다는 만들어진 작품에 여성이 어울린다는 생각에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했단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착안,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 선으로 변해가는 지 아니면 선으로 태어나 악하게 변해가는 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주인공이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사실 그렇게 중요한 지점은 아니라는 의미다.
가난하지만 바르고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뭐든 잘 하는 모범생으로 자란 자윤(김다미). 사실 그녀에겐 비밀이 있다. 10년 전 의문의 사고가 일어난 시설에서 탈출해 홀로 살아남았고 그 충격으로 과거의 기억을 잃었다. 나이도 이름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을 거두고 키워준 한 부부의 딸로 씩씩하고 밝고 건강하게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절친한 친구의 권유로) 치매에 걸린 엄마,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돈이 필요한 자윤은 무려 5억 상금이 걸린 TV오디션에 출전하게 된다. 출중한 가창력으로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뒤 의문의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자윤의 주변을 맴도는 섬뜩한 눈빛의 남자인 귀공자(최우식)을 비롯해, 그녀를 찾는 뇌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닥터백(조민수), 그리고 살벌한 인간병기 미스터 최(박희순)까지.
영화는 크게 1,2부로 남긴다. 자윤의 태생이, 그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따뜻한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소소한 삶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는 자윤의 현재와, 과거로 인해 다시금 끔직한 자신과 마주한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서야 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현재, 그리고 이 두 현실을 통합시키는 또 다른 ’마녀’들. 도망친 자윤과 도망치지 못해 그 끔찍한 비밀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 이들이 만나 벌어지는 피의 향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명제에 대한 물음들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무엇보다 자윤은 정의감에 불타는 유치한 슈퍼 히어로도, 어떤 비극이나 아픈 기억에 완전히 잠식돼버린 수동적 캐릭터도 아니다. 모성애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뻔한 캐릭터도 아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따라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을 위해 싸울 뿐이다. 지키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지극히 공감할 만한 선택들을 한다. 초월적 존재지만 너무도 인간다운 무엇으로 그려진다.
게다가 모든 등장 인물들은 단지 자윤을 자극하기 위한, 돋보이기 위한 도구로만 쓰이진 않는다. 따져 보면 각각의 ’그럴 만한’ 사연들이 제대로 녹아있고 인간적이면서도 만화적이고 슬프면서도 파괴적이다. 하나씩 따로 떼 에피소드로 만들어도 충분히 흥미로울 법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랄까.
유난히 시리즈물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요
한편 3위는 '허스토리'가 차지했다. 이날 영화는 일일관객수 2만5천880명, 누적관객수 10만2천627명을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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