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감독 박훈정)가 여성 누아르의 성공 가능성을 당당히 입증하며 무서운 뒷심을 발휘 중이다.
영화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이다.
신선한 액션 스타일과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과감한 도전 정신, 다양한 볼거리와 흥미롭고도 탄탄한 캐스팅으로 잔잔한 듯 그러나 어떤 의미로는 너무나 강력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개봉한지 무려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하루 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 손익분기점(230만)을 가뿐히 넘고 이미 300만(누적 관객수)도 넘어섰다.
국내외 신작들의 거센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는 ‘마녀’의 이 같은 성과는 사실 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충무로에서 여성 원톱 액션 영화는 제작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으로 불릴 만큼 성공 사례가 드물기 때문.
유독 여성 캐릭터의 쓰임이 피상적인 충무로에서 ‘마녀’의 경우는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의 향연으로 ‘여성 액션물의 신세계’라는 평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과도하게 그 틀에 갇히지 않은 채 스토리의 개연성에 공을 들여 다양한 재미와 안정적이면서도 세밀하게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더군다나 속편 제작이 사실상 확실시 되고 있어 전례 없는 한국판 여성 액션 시리즈물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전사가 없는 닥터백의 또 다른 이야기가 다뤄질 것인지, 존재를 드러낸 자윤은 어떤 또 다른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인지 벌써부터 속편에 대한 기대는 뜨겁다.
박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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