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거듭되는 도전 정신, 그러나 관객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 ‘흥행 병기’ 강동원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특별 출연한 ‘1987’을 제외하고) 원톱 주연작 ‘골든슬럼버’에 이어 ‘인랑’마저 흥행 참패를 기록한 것.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인랑’은 지난 2일 4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했다. 일일 관객수가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데다 신작 ‘신과 함께-인과 연’의 개봉에 따라 스크린 수도 대폭 줄었다. 사실상 차트 아웃 수순이다.
동명의 일본 명작 애니메이션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 실사화 한 ‘인랑’은 김지운 감독 그리고 강동원, 한효주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영화 공개 이후 극명하게 호불호가 엇갈렸고, 그 중심엔 ‘작품의 몰입을 깨는, 개연성 없는 멜로 라인’이 지적됐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혹평이 압도하면서 개봉 이틀 만에 관객수는 반토막이 났고, 일주일이 조금 지난 현재까지 100만 관객도 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순제작비가 무려 190억 원의 대작으로 손익분기점만 약 600만 명. 본전 치레도 불가능한 초라한 성적표다.
높은 이름값, 철저한 준비력으로 이제 막 할리우드행에 오른 강동원. 보다 넓어진 시야, 활동도 좋지만 내실부터 다질 때다. 도전 정신만으로, 좋은 의도만으로는 관객의 높아진 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 배우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기대에 대한 보답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영화는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작품의 주역들은 저마다 영화가 가진 ‘도전의식’을 내세워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관객들 의 마음을 뒤흔들진 못했다. 원작 팬들은 물론, 원작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도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순식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눈과 귀를 열고 관객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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