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작’ 황정민 이성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비스티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생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까지 가장 한국적인 현실을 영화적 세계로 선보였던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공작’은 화려한 액션신 없이 오직 치열한 심리전으로 극을 끌고 간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구강액션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는 배우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숙제로 느껴졌을 터다.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어야 했던 황정민은 스스로 자괴감이 들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황정민 : “감독님이 모든 신이 액션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만큼 긴장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은 쉽다(웃음). 막상 해보면 너무 어려웠다. 서로 합을 공유하지 않으면 긴장감이 없고, 모두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스스로 ‘이것밖에 안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성민 형도 그랬다고 하더라.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액션 합을 맞추듯이 대사 호흡을 짰다. 그러면서 배우들끼리 더 똘똘 뭉쳐진 것 같다.”
이성민 또한 이번 작품을 하며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오랜 배우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밴 연기 습관들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며, 적절한 시기에 ‘공작’을 만나 다행이라고 얘기했다.
이성민 : “‘이 신에선 캐릭터가 이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하려 하는데, 잘 실현이 안돼서 힘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절제된 연기를 행해야하고, 사이사이 감정이나 심리나 정서를 살짝 보여야 했다. 그런데 배우로서 오랫동안 나쁜 버릇이 들여 있는 부분이 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공작’을 만나니 셰익스피어 정극 한 편을 연기한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작품 하면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이 나이에 그런 경험을 다시 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연기할 땐 너무 힘들었다(웃음).
배우들과 제작진의 노고가 빛을 발한 듯 ‘공작’에서는 크고 작은 몸싸움도, 시끄러운 총성도, 숨가쁜 추격전도 없이 오직 말과 표정, 숨소리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심리전이 영화를 지배한다. 배우들의 디테일한 감정표현과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해나가는 지 집중해야 하며, 총보다 무서운 말의 힘에 주목해야 한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