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인 로맨스물 `너의 결혼식`으로 관객들을 찾아온 박보영. 사진| 강영국 기자 |
“아마도 과도기인 것 같아요.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한. 평소 워낙 연기에 대한, 미래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보니 주변에서 응원도 조언도 걱정도 많이 해주세요. 선배님들은 ‘그냥 네가 잘 하는 것,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걸 하렴.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자꾸만 그렇게 안 하고 싶어요. 분명 다른 게 있는데,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배우 박보영(28)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혹은 ‘러블리’, ‘아이 같은’ 등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싶다고 했다. 변신, 새로움, 성장을 위해 끊임 없이 자신과 싸움 중인 박보영이었다.
영화 ’너의 결혼식’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늘 조금은 더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한다. 매번 고민하고 노력한 만큼 진심이 잘 닿지 않아 속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은 3초의 운명을 믿는 여자와 오직 여자만이 운명인 남자의 다사다난한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다. 박보영은 극 중 3초 만에 빠지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여자 환승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황우연 역의 김영광과 호흡을 맞췄다.
↑ 박보영은 `연기 슬럼프`를 털어놓으면서도 특유의 사랑스러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사진 | 강영국 기자 |
“드라마 ‘힘 센 여자 도봉순’을 선택한 이유도 그랬어요. 누가 구해주고 이러면 ‘왜 저걸 구해주는 거야?’ 이래요. 현실에서 사람들이 자꾸 뭘 도와주려고 하면 ‘저도 할 수 있어요. 저 힘 세요!’ 이렇게 (비뚤어져)말이 나가는 거죠. 저도 자꾸만 다른 걸 할 수 있다고 온 몸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웃음) 스스로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항상 그러지는 않았는데 왜 그렇게 봐주실까. 그냥 인정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며 반항 아닌 반항을 하고 있단다. 늘 똑같다는 지적이 가장 가슴이 아프지만, 스스로를 다잡으며 또 다른 기회를 늘 기다린다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죠. 때때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어요. ‘죽이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데도, 그런 건 안 들어오더라고요.”
솔직하고도 유쾌한 입담.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깊은 고민을 털어놓으면서도 특유의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정통 멜로’에 대한 로망과 좌절감을 동시에 고백해 폭소를 안기기도.
드라마를 통해 주로 멜로 연기를 했음에도 또 멜로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묻자, “솔직히 캐릭터 면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한 건데 이번에도 그 고민했던 지점이 잘 안 느껴지면 큰 일"이라면서도 "드라마 멜로는 정통 멜로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막상 멜로 연기를 해보니 힘들더라”며 귀엽게 울상을 짓는다.
그러면서 “이번에 느낀 게 정통 멜로는 따로 하는 분들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걸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제가 ’또르르’ 우는 게 잘 안 돼요. 예쁘게 우는 게 잘 안 되는 거죠. 온갖 얼굴 근육 다 쓰면서 서럽게 우는 건 되는데…이렇게는 멜로 안 되겠는데 싶었어요. 이런 건 손예진 선배님이라든지, 다른 선배님들이 하시는 분야 같아요. 제가 건방지게 넘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 스스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타고난 착한 심성과 특유의 밝은 미소, 기분 좋은 에너지 덕에 예상치 못한 우울함이나 고민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어두운 이야기를 해도 밝아보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작년까지만 해도 ‘연기를 계속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마저 들더라. 힘든 시간이었다”며 한층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한 번 다크하게 빠져들기 시작하면 심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이라 보다 긍정적으로, 나 자신을 더 사랑하려고 노력해요. 우울함이 한 번 시작되면 바닥을 찍어야 올라오거든요. 뭘 해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봐주지 않는 느낌, 모두가 날 미워하는 기분, 나 혼자 발버둥치는 느낌에 정말이지 힘든 날들을 보냈어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열심히 다잡는 중이죠.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너의 결혼식’을 만나 개인적으로는 힐링도 많이 된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이 큰 힘이 됐죠.(웃음)”
↑ 사랑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신을 하고 싶다는 박보영. 사진 | 강영국 기자 |
박보영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역시 박보영"의 매력이 담긴 ’너의 결혼식’은 기존 첫사랑 소재의 영화와는 차별화 된 현실성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반가운 로맨스 영화다. ‘로코퀸’ 박보영과 ‘재발견’ 김영광의 기대 이상의 케미가 돋보인다.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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